"어학연수요?, 이런 불경기에 무슨…."
경기한파가 '맹모(孟母)'들의 교육열풍마저 얼려 버렸다. 해마다 이맘때면 줄을 잇던 해외 어학연수자나 영어캠프 참가자들은 눈에 띄게 줄었고, 겨울방학 어린이들의 영어캠프를 준비했던 어학원, 여행사들도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버렸다.
대구 중구의 A유학원. 대학생들의 해외어학연수를 주선하는 이곳은 요즘 찬바람만 불고 있다. 예년 같으면 괜찮은 프로그램에 대기자들이 줄을 설 정도였지만 장기 불황과 고환율로 열기가 사그라졌다. 직원은 "예전에는 미국, 캐나다로 6개월 또는 1년짜리 어학연수를 떠나려는 대학생들이 적어도 하루 몇명은 방문해 상담을 했지만 최근에는 발길이 끊겼다"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필리핀의 프로그램을 문의하는 경우가 있지만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영국 등으로 어학연수를 준비했던 대학생들은 환율 때문에 대부분 내년 여름 이후로 일정을 미루고 있다. B유학원 직원은 "예전에는 1, 2학년 때부터 해외 어학연수를 갔는데 요즘은 어학연수를 미뤘다가 취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는 경우가 있다. 올해는 이마저도 극소수"라고 말했다.
방학 때면 해외 영어캠프에 참가하려는 초교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공항 모습도 올해는 보기 힘들게 됐다. 방학을 이용해 초등생들의 영어캠프를 주선했던 유학원이나 어학원, 여행사 등이 올해는 일찌감치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했다.
방학때면 싱가포르나 뉴질랜드 쪽으로 초교생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해온 대구 수성구의 한 교육원은 지난 9월 설명회를 열었지만, 반응이 시원찮아 올 겨울방학 때는 아예 영어캠프를 없앴다. 교육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3, 4주 또는 3개월짜리 어학연수 상품에 유치원생까지 참가자가 많았는데, 올해는 해외로 나가는 것조차 꺼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불황에도 아이 교육에 지갑을 열었던 부모들이 올해는 전혀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육원 경우 초등생들의 겨울방학을 겨냥해 1천만원짜리 뉴질랜드 프로그램을 계획했었지만 환율 상승으로 비용이 1천300만원까지 치솟아 결국 포기했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이달들어 22일 현재 대구시와 각 구군에서 발급한 17세 이하 여권수는 926건으로 지난해 12월 한달간 발급된 여권 6천788건보다 무려 5천800여건이나 줄었다.
캠프단체협의회 캠프나라 김병진 사무국장은 "해외어학 캠프를 주최하는 단체들도 정원의 40~60%밖에 채우지 못해 울상"이라고 전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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