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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을 빛낸다] '전국 최강' 평리중 럭비부

▲ 차가운 겨울 바람을 피할 길이 없는 평리중 운동장에서 럭비부원들은 선배들이 쌓아올린
▲ 차가운 겨울 바람을 피할 길이 없는 평리중 운동장에서 럭비부원들은 선배들이 쌓아올린 '전국 최강'이라는 명성을 잇기 위해 굵은 땀을 쏟아 낸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새해를 맞아 대구·경북지역 스포츠 기대주들을 소개한다. 장래가 기대되는 유망주와 돌풍이 예상되는 팀들은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의 미래를 밝힐 것으로 기대된다.

"선배들이 워낙 잘했으니 부담이 되긴 하죠. 하지만 우리도 잘 할 수 있어요. 두고 보세요." 평리중(교장 예평해) 럭비부의 주장 정수남(2년)의 당찬 새해 포부다. 지난해에 이어 전국 최강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평리중 럭비부원들은 한겨울 매섭게 불어대는 찬바람 속에서 코끝과 귓불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쉴 새 없이 던지고 달린다.

지난해 평리중 럭비부는 전통적으로 럭비가 강한 서울과 경기도 팀들을 제치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럭비계 최고 권위 대회인 2008 전국 춘계 럭비리그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두 번찌 큰 대회인 제37회 소년체전에서도 우승했다. 제35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대회에서는 2학년생 위주로 출전했음에도 3위에 올랐다.

특히 상원고 진학이 결정된 3학년생들의 실력은 놀라웠다. 춘계 럭비리그전에서만 해도 인천 연수중(34대14 승), 경남 진해중(53대3 승), 경북 경산중(50대0 승), 경기 대안중(40대5 승)을 대파한 뒤 서울 배재중을 22대12로 꺾고 우승하는 등 1년 내내 압도적인 전력을 뽐냈다. 상대와 전력 차가 너무 커 경기 후반엔 2학년 위주로 뛰게 했을 정도였다.

이근주 감독은 "인근 학교에서 근성이 좋은 학생들을 모아 운동을 시켰는데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니 기량이 급성장했다. 일본 연수를 다녀온 김규호 코치가 고급 기술을 전수한 것도 효과를 봤다"면서 "개인보다 조직력 위주의 플레이, 다양하고 정확한 플레이를 적시에 깔끔하게 선보이자 상급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럭비의 진수를 봤다는 칭찬도 쏟아졌다"고 말했다.

럭비부원들 대부분은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다. 자칫 삐뚤어질 수도 있는 사춘기지만 거친 몸싸움과 조직적인 플레이가 어우러지는 럭비의 매력이 빠져들면서 승부사들로 거듭났다. 이 감독은 "운동 능력이 뛰어나 다른 종목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아이들인데 비인기 종목임에도 군말 없이 운동을 열심히 해서 내가 도리어 고맙다"고 전했다.

지난해 평리중의 위력이 기가 죽었던 강호들은 동계 전지훈련을 하러 7일부터 대구에 몰려온다. 너도나도 평리중과 훈련하기를 원했지만 평리중은 각 지역에서 최강으로 꼽히는 서울 배재중, 경기 성남서중, 전남 진도중을 훈련 파트너로 골랐다. 때문에 수차례 연습 경기를 포함해 2주간의 훈련이 끝나면 어느 정도 올해 판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평리중의 전력은 전국 4강권이라는 것이 이 감독의 평가. 아직까지 지난해만큼 꽉 짜인 전력은 아니지만 최강 자리를 지킬 가능성은 높다. "지난해 다른 팀들을 배려한다고 2학년생들을 고루 섞어 대회에 출전시킨 덕분에 이들이 큰 경기 경험을 제대로 했습니다. 동계 훈련만 착실히 한다면 올해도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 이 감독의 출사표는 다부졌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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