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는 독도] 사람들-경비대③

▲ 컴퓨터 모니터로 현재 독도 인근 해상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추호 통신반장.
▲ 컴퓨터 모니터로 현재 독도 인근 해상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추호 통신반장.
▲ 독도경비대 막사 앞에서 포즈를 취한 류철민 부대장
▲ 독도경비대 막사 앞에서 포즈를 취한 류철민 부대장

독도경비대는 엄중한 규율 속에서도 가족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조직을 이끌어가는 중간 간부의 위치에 있는 두 사람의 역할 덕분이기도 하다. 독도경비대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통신반장 추호(38) 경사와 부대장 류철민(30) 경사. 이들은 경비대의 안살림을 맡고 있다.

추호 통신반장. 언제나 수줍은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 추 반장은 '살아있는 독도 현대사'로 불릴 정도로 최근 10여년간의 독도 상황을 가장 잘 안다. 그는 1997년 통신 주특기로 경찰에 몸담은 후 2003년 8월부터 지금까지 울릉경비대 소속으로 독도 경비를 맡아오고 있다. 주업무는 레이더, 유무선 전화, 인터넷 등의 운용 관리.

울릉경비대에 배치받은 후 과거에는 2교대, 요즘은 3교대를 하면서 독도를 몇 차례나 다녀갔는지 자신도 잘 모른다. 어떤 때는 한 해에도 몇 번씩이고 들어왔다. 18번째까지는 기억했는데 이제는 세는 것을 포기했다.

"한 20번 될까요. 예정대로라면 이제 한번 정도 더 들어오면 독도 근무도 끝날 것 같아요. 독도가 청춘을 바친 곳이다 보니 감회가 새롭죠. 처음 왔을 때에 비하면 독도도 많이 변했습니다."

그가 독도 근무를 시작한 다음달 태풍 매미가 내습했다. 당시 파도는 동도 섬 중턱 유류탱크 아래까지 치고 올라왔다. 해수펌프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구식 삭도도 무너져 내렸다. 경비대 막사 지붕도 일부 날아가 버리고 물 부족으로 양치질도 못하고 겨우 밥만 해먹고 버텼다. 그 후 10개월 동안 교대 때마다 쌀, 부식, 기름, 가스통 등 필요한 모든 것들을 등짐으로 져 옮겼다.

그뿐만이 아니다. 당시에는 연락선도 다니지 않던 시절이어서 몸이 아프면 속수무책이었다. 한번은 심한 독감으로 오한이 들고 몸살이 났다. 일주일 가까이 밥알 한 톨 입에 넣지 못하고 약 한 첩 못 먹고 드러누웠더니 몸무게가 10㎏이나 빠졌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습니다. 저는 늘 레이더를 들여다보면서 독도 12해리 안에 들어오는 괴선박이 있는지 감시하고 이상 징후시 즉각 해경 경비정에 연락을 취해 조치하도록 합니다. 일본이 호시탐탐 노리는 독도를 내가 직접 지킨다는 자부심에 가슴 뿌듯합니다."

추 반장은 몇 해 전 삭도가 탈선해서 발을 동동 구를 때 혼자서 체인 블록으로 깔끔하게 원상복구시키는 등 '독도의 해결사'로 대접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는 요즘 진급시험을 앞두고 밤잠을 설치며 책과 씨름하고 있다.

류철민 부대장. 174㎝, 75㎏의 강철 같은 단단한 체구를 자랑한다. 딱 벌어진 몸매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대구가 고향인 류 부대장은 영진전문대학에 다니던 21세 때 특전사에 자원 입대했다. 군에서 특수폭파 임무를 맡았던 그가 가진 무도(武道) 단수는 태권도와 합기도를 합쳐 9단.

2003년 제대 후 곧바로 경찰시험에 응시, 청와대 경비대에 배치받아 무도사범과 권총 사격교관을 맡았다. 그곳에서 류 부대장은 전문대학을 마치고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는 가운데 진급시험에 통과, 2008년 경사 계급장을 달고 울릉경비대로 오게 되었다.

"2년 전 휴가 때 독도에 왔다 갔는데 젊을 때 독도경비를 맡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자원했습니다. 대원들 관리는 부대장인 제가 하게 되는데, 같이 뒹굴다 보니 정이 들어 전역 후에도 서로 연락을 합니다. 재미있고 보람이 있습니다."

그는 대원들의 어려움을 풀어주지 못할 때 가장 가슴 아프다고 했다. 고운 심성을 지닌 그는 깊은 포용력으로 대원들을 감싸며 전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거의 보름 가까이 몰아치는 바람에 교대 날짜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독도경비대. 어려운 상황, 엄한 규율 속에서도 강약(强弱), 완급(緩急)이 조절된 내무생활은 여전히 활기차다. 이렇듯 조화롭게 발현된 '힘'이 국토 수호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작동하고 있어서 비로소 뭍의 국민들은 오늘도 편안할 수 있는 것이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