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춘절(春節·설), 귀성객 수송대작전이 정식으로 개시된 1월 10일 베이징역의 37호 매표창구, 분명 오전 9시 정각부터 발매를 시작해야 하는데도 창구가 열리지 않는다. 추운 날씨에 며칠 밤이나 지새우며 줄을 선 사람들은 애가 탄다. 성질 급한 한 젊은이가 닫힌 창문을 열고 창구 안을 들여다본다. 정복을 입은 중년의 여성 매표원이 자리에 앉아 발권기계에서 열심히 표를 뽑아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창구를 들여다보며 발매를 시작하라고 항의하자 가리개로 창구를 가려버리고는 옆 동료와 잡담까지 나누어가며 발권작업을 계속한다.
9시 3분, 한 젊은이가 37호 창구의 가리개를 살짝 들추고는 휴대폰으로 내부정경을 촬영한다. 주절거리며 바쁘게 발권하고 있는 매표원의 모습이 촬영되고, 이미 발권된 수십장의 표도 보인다. 발권한 표를 따로 모아 정리하던 매표원이 촬영자를 발견하고는 황급히 밀쳐낸다. 3분 13초간 촬영된 영상물은 몇몇 포털사이트를 통해 순식간에 중국 전역으로 전달되었다. 3시간이 채 되지 않아 9만 건 이상이 접속했고, 스타가 된 여성 매표원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다.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네티즌들, 해당자를 고소하여 변명이라도 들어보자는 네티즌들의 이야기가 사이버공간을 달구었다.
다음날 기자가 베이징역을 찾았다. 주로 상하이, 난징, 항조우 방면의 열차표를 발매하는 37호 창구에서 해당 중년 여직원을 찾을 수 없었다. 담당 관리자에게 문의하자 잘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역장을 찾았지만 인터뷰를 거절했다. 저녁 무렵 베이징역 측에서 "발매시간 매표원이 발권한 표를 판매하지 않은 문제"에 대한 회신을 보냈다. 내용은 이러했다. "수요가 많은 특정방향 창구의 업무를 돕기 위해 다른 창구에서 일부분 발권해서 해당 창구로 보낸다"는 것이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발권된 그 표가 역 내부에 있는 창구가 아닌 역 밖에 대기하고 있는 암표상의 창구로 전달된다는 것이고, 원래 가격의 4, 5배 가격에 거래된다는 사실이다.
베이징에서 닝뽀로 가려던 황 선생은 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원하던 침대칸의 표가 모두 매진되었다고 해서 일반석 표를 구매해서 승차한 황 선생, 차표에 인쇄된 10호차의 13번 자리를 찾았다. 승차 후 한참동안 10호차를 찾아 헤매던 황 선생, 결국 승무원에게 10호차의 위치를 물었다. "10호차는 식당칸입니다." 1장에 332위안(7만원 정도)이나 지불한 황 선생, 왠지 억울한 생각에 내막을 캐보니, 베이징철도국이 지난 1월 1일부터 베이징에서 상하이, 톈진, 수조우, 닝뽀로 가는 열차의 식당칸 16좌석을 발매한다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다고 했다. 설 연휴 유동인구 총량이 23억 인차에 이르고, 그 중 열차로 이동하는 인구가 1억9천만 인차인 것을 고려하면 한 자리라도 더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그 취지는 좋다. 그러나 황 선생의 입장에서는 사전 말 한마디도 없었고, 입석이나 다름없는 좌석을 할인 한푼 해 주지 않는 처사에 분개할 수밖에 없다.
며칠 전에는 엄동설한의 날씨에 귀성열차표를 사려고 베이징역전에서 이틀 밤을 지새웠던 노인이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설 명절이 되면 강한 귀소본능이 표출되는 것은 우리네 정서와 비슷하다지만 귀향에 목숨까지 걸어서야 되겠는가?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가장 큰 원인은 전체적으로 수송능력의 총량이 부족한 때문인데 특히 철도운송능력은 36.1%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더한 문제는 부당하게 유출되는 표가 거의 60%에 육박한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부탁이나 청탁(콴시)에 의해 유출되는 경우가 47.3%로 가장 많고, 줄서는 사람을 고용해서 표를 사는 경우가 37%에 이른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창구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배당되는 표는 15.4%에 지나지 않는다.
고향을 떠나 상하이에서 일하고 있는 류(劉)씨는 이번 설날 고향인 헤이롱쟝에 돌아가기 위해 벌써 며칠째 밤을 지새우고 있다. 오전 3시 무렵 역전에 나가 줄을 서면 11시 무렵에 자기 순서가 돌아온다. "언제 가려고 합니까?" 승무원이 묻는다. "언제든지 좋습니다. 입석도 좋습니다." 의례적으로 자판을 몇 번 두들기던 매표원의 말, "매진입니다. 내일 다시 오십시오". 새로 배차되는 차량을 기대하고 몇 날 며칠 줄서기를 반복하고 있는 류씨, 중국에서 37번 창구가 없어지는 날을 학수고대하며 내일 새벽 줄서기를 준비한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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