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과속 스캔들

작년 12월 개봉한 영화 '과속 스캔들'이 개봉 7주차인 지난 주말까지 누적 관객 630여만 명을 기록하는 등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한다. 배우 조인성'주진모의 파격적 변신으로 화제를 모으는 '쌍화점'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최근 박스 오피스 1위를 재탈환했다는 것이다. 설 연휴 때 700만 명 기록을 세울 경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톱10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 한다.

'과속 스캔들'은 가족 코미디物(물)이다. 수시로 박장대소가 터져나올 만큼 관객들을 배꼽 잡게 만드는 영화다. 아이돌 스타 출신의 인기 라디오 디스크 자키가 중학생 시절 과속해서 낳은 딸이 역시 고등학생 때 과속으로 낳은 아들을 데리고 아버지를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36세 젊디젊은 나이에 졸지에 할아버지가 된 주인공, 자신의 존재를 까마득히 몰랐던 아버지에 대해 애증이 교차하는 스물두 살 난 딸, 깜찍한 여섯 살짜리 손자….

지극히 영화적인 상황 설정 같다. 하지만 정신없이 웃다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문득 '현실적으로도 있을 수 있는 일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물론 영화는 극단적인 케이스를 다루고 있지만 어른 뺨칠 만큼 性(성)에 대해 조숙해진 요즘 청소년들을 보면 代(대)를 이은 초과속 사태가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겠다 싶어지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최근 우리네 세태가 놀랄 만큼 급변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요즘 연예계로부터 수시로 전해지는 과속 스캔들이 그 하나다. 영화처럼 어린 나이의 과속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연예인들의 혼전 '속도 위반'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것도 아예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분위기다. 탤런트 권상우'손태영 부부를 비롯해 장혁'이한위'임창정, 개그맨 박명수'이수근 등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다. 이들 중엔 권-손 커플처럼 끝까지 아니라며 시침 뚝 떼는 '오리발형'도 있지만 공개적으로 솔직하게 밝히는 '위풍당당형'도 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의 속성상 과거 같으면 나중에야 삼수갑산에 갈 망정 일단 숨기고 부인하는 것이 대세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확 달라진 것이다. 하긴 요즘은 일반 대중들 사이에도 이런 풍조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오죽하면 '혼전 임신도 婚需(혼수)의 하나'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까지 나올까. 여하튼 세태가 달라지긴 엄청 달라졌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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