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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와 미네르바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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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와 철학연구회 '첫불집회' 책 출판 계획

촛불집회와 미네르바. 이 둘의 공통점은 새로운 여론 형성주체의 출현이다. 예전의 집단적이고 일사불란한 거대주체가 아니라 미시적인 주체의 등장이다. 그 주체는 노동운동이나 민중운동의 주체도 아니고 시민운동의 주체도 아닌 생활 속에 살아가는 생활인들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주체들은 전문적으로 사회변화를 도모하는 운동의 주체가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생활 속의 불편을 지적하고 이야기하는 주체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지식인과 지도자층의 권위를 부정하고 풍자와 해학으로 이들을 조롱하면서 저변확대를 꾀하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철학학회인 한국사회와 철학연구회(회장 홍윤기 동국대교수)는 최근 촛불집회와 관련, 단행본 출판을 계획하면서 촛불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모았다. 이 책의 편집위원장을 맡은 경북대 김석수 철학과 교수는 " 촛불집회와 미네르바는 닮은 꼴이다. 이들의 출현이 의미가 있느냐 없느냐, 혹은 바람직하냐 하지않느냐에 대한 평가는 부차적인 것 일 수 있다. 촛불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모아 그들의 출현 배경을 살피고 그 문제점을 알아보자는 것이 그 목적이다"고 했다.

김 교수는 '촛불집회와 새로운 주체의 가능성'이라는 주제 아래 촛불이라는 새로운 주체의 탄생은 반드시 그 전 주체가 안고 있었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국내 여론형성의 새로운 주체 탄생도 이전 주체의 문제점을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주장을 편다.

우리 사회에서 사이버문화가 어느 나라 보다 빨리 확산하는 배경 역시 주체의 빈곤 탓이라는 김 교수는 우리에게 온라인 공간은 과거의 아픔을 망각해주는 자리이며 과거의 상처를 씻어내는 기능과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주는 공간의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촛불과 미네르바는 이러한 역사적 사회적 공간을 비집고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치는 이들에게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촛불운동에 참여하는 방식 역시 매우 사적이고 개인적인 자율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 따라서 그 양상 역시 전략적이거나 전술적이지 않으며 축제나 놀이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더구나 풍자와 해학을 통해 권위에 도전하는 형태를 띠고 있을 뿐 아니라 일종의 상상력의 놀이가 작동하고 있어 급속히 확산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촛불집회 이면에는 이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층도 넓게 자리 잡고 있다. 김 교수는 촛불을 우려스럽게 보는 집단들은 이들이 지극히 감성적이고 흥분에 쉽게 휩싸이는 가벼운 주체라고 치부한다. 이문열의 경우 평화방송에 출연해 촛불집회는 촛불장난에 불과하다고 규정, 촛불집회는 디지털 포퓰리즘에 근거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비평자들은 촛불집회를 쉽게 끓어 넘치는 우리 민족이 벌인 해프닝으로 단정하기도 하며 과거 운동권 문화의 잔재가 낭만적인 순진무구함으로 표출된 것으로도 평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 한국의 2008 촛불집회는 극좌에서 극우, 극진보에서 극보수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읽혀지고 있다" 며 "이들 주체가 상상력의 유희에 함몰된 채 취미 집단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합리성과 도덕적 규범성을 가져야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촛불의 주체는 일시적으로 켜졌다가 사라지는 유행적 주체가 되어서도 안될 것이며 그렇다고 우리 사회를 다 태워버리는 광기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촛불과 미네르바 사건의 원인은 지도자층이 새로운 희망을 주지 못하고 지식인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한데 있다"며 "지식인의 반성과 지도자층의 자각 없이는 제 2의 촛불과 미네르바 사건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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