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대구에 자부심 갖게 하려면

'대구는 대단한 도시다!'

지난해 10월부터 '대구 도심재창조'시리즈를 취재, 보도하면서 새삼 느끼는 생각이다.

사실 대구에서 태어나 지금껏 대구에서 살아온 386세대인 기자에게 고향의 이미지는 적잖이 부정적이었다. 1인당 지역내 총생산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6년째 꼴찌라는 오늘의 경제상황은 말할 것도 없고 개발독재와 군사독재, TK마피아, 보수꼴통 따위의 단어로 오도돼 온 대구의 정체성에 짓눌린 탓도 컸다.

그러나 몇 달째 누빈 대구 도심에는 장구한 역사와 민족사에 끼친 업적, 자랑스러운 사실(史實)과 인물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대구 토성과 읍성의 흔적, 경상감영 400년의 역사와 온 나라를 밝힌 국채보상운동의 횃불, 불의의 정권에 맞서 분연히 일어선 2·28학생의거의 뜨거운 함성까지 고향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가져도 좋다는 확신을 안겨줬다.

그러자 심각한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제대로 보여주지도, 가르쳐주지도 않는 현실이다.

대구 도심의 이름 거창한 공원들은 이런 부작용을 키우는 사례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김광제, 서상돈 흉상을 찾으려면 몇 바퀴를 돌아야 하고, 2·28기념중앙공원이 왜 2·28을 기념하는지 기념 시비를 보고도 깨닫기 어렵다.

선화당과 징청각의 골격이라도 남아 있는 경상감영공원은 그나마 낫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인들의 전용공간으로 변해버린 공원에서 감영의 웅장함과 권위를 떠올리기는커녕 역사란 고리타분하다는 인식만 키울지 모를 일이다.

초등학교 4학년생인 아들과 도심에 나올 때마다 대구의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지만 결과는 늘 신통찮다. 초등학교 4학년생들은 사회 수업에서 우리 시도의 자연환경과 생활, 생산활동과 경제생활, 옛날과 달라진 모습, 지방자치와 주민생활 등을 배운다. 대구의 학생들은 '대구의 생활'이란 별도 교재를 배우는 시간도 갖는다. 그런데도 아들은 "국채보상운동이나 2·28의거, 경상감영에 대해선 배운 적 없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회 교과서의 목차에 따른 내용, 지리와 경제활동 중심의 학습이 대부분인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지역의 역사에 대한 이해는 기대할 수 없어 보인다.

매일신문사가 도심재창조 시리즈와 관련해 지난 연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부족하기 짝이 없는 역사 교육과 부실한 도심 역사자산 관리가 젊은층의 의식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20대 이하 응답자 가운데 대구의 근대사를 대변하는 다양한 거리나 골목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한 숫자는 극히 적었다. 뽕나무골목(3.4%), 진골목(6.7%), 화교거리(12.1%) 등 덜 알려진 곳은 말할 것도 없고 대구읍성(14.1%), 향촌동(25.5%), 종로(34.2%) 등도 안다는 대답을 듣기 힘들었다. 소개하고 싶은 대구의 문화유산에 대한 질문에는 60% 이상이 팔공산 등 대구 외곽지를 들었고, 도심에서는 동성로와 약전골목 등 몇 개만 손에 꼽았다.

역사를 모르고 현재를 자랑스러워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장래 대구의 주역들이 대구에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역사문화 자산을 되살리고, 전략적으로 도심을 재창조하고, 후세들에게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급하고 중요한지 모두가 고심해야 할 때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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