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담임 맡을 선생님을 찾습니다."
지난해 6학년 담임을 맡았던 김모(25·여) 교사는 올해는 어떻게든 피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해 신규 교사라는 이유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6학년을 맡았지만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6학년들은 중학교 입학에 대비해 선행학습을 많이 하다 보니 수업시간에 학원 숙제를 하거나 자는 등 집중을 잘 하지 않는다"며 "더구나 여학생들 사이에 집단 따돌림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체벌 등의 문제로 학부모 '등쌀'에 시달렸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장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3월 새 학기를 맞아 학년, 학급별로 담임 배정을 하는데 유독 6학년 담임 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2월 20일쯤 교원인사가 나는 대로 담임 배정과 관련, 교사들로부터 희망 학년을 신청받지만 6학년 담임을 맡겠다고 나서는 교사들이 드물어 겨울방학 동안에 교사들을 설득하기 바쁘다.
대구 중구 A초교 교장은 "지난해에도 6학년 담임을 맡겠다는 교사가 없어 담임 배정을 하느라 고생한 경험이 있다"며 "올해도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될 것 같아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털어놨다.
수성구 B초교 교장은 "희망 보직을 받아보면 차라리 '교과'를 선택하지, 6학년 담임은 꺼린다"며 "할 수 없이 교사들을 한명씩 만나 칭찬도 늘어놓고 인간적으로 부탁하면서 억지로 담임을 맡기고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 젊은 교사나 새로 부임한 교사들이 6학년 담임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그해 첫 임용된 '신참 교사'들이 6학년 담임을 맡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교사들이 6학년 담임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어렵기 때문. 중구 C초교 교장은 "5, 6학년이 되면 이미 사춘기에 접어들어 교사들의 말을 잘 안 듣고 반항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오히려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강사의 말을 더 잘 듣는 경향도 있다"고 개탄했다.
6학년 담임을 해도 교원평가에 별 이점은 없는 반면 교과 외 업무가 느는 것도 한 이유다. 지난해 6학년 담임을 한 이모(27·여) 교사는 "교과 전담제로 수업 시수는 저학년과 크게 차이가 없지만 수학여행, 중학교 입학원서 같은 업무가 많아져 고생길로 여긴다"고 귀띔했다.
일부에서는 편한 것만을 좇으려는 교사들의 자세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이형필 장학사는 "교장단 회의에 가면 교장들이 신학기를 앞두고 6학년 담임 구하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라며 "앞으로 6학년 담임을 맡을 경우 가산점을 주는 유인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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