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첫인상 위한 성형수술?…마음씨 먼저 바꾸세요!

▲ 일러스트·정희선
▲ 일러스트·정희선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지를 벤치마킹했다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사람이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불혹(不惑)의 나이에 이르면 인생경험이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에 지나간 인생에 대해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상을 관리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입사 시험에서 면접을 보거나 맞선 자리에 나설 때, 계약 상대를 만날 때처럼 인생에서 결정적 순간을 앞두고 그러한 노력은 훨씬 커진다. '어떤 옷을 입을까? 머리모양은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고, '처음 만나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낼까?'라는 생각을 거듭한다. 심지어는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눈이 커지고, 코가 오똑해진다고 한들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자신감이나 여유로움 같은 감정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인상 관리를 위해 신체적 외모를 우선시하지만 결국 그런 외모를 결정하는 것은 마음가짐에서 우러나오는 부분도 크다.

첫인상과 그 영향력에 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실제로 마음의 상태가 외모로 드러난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마음이 예뻐야 얼굴도 예쁘다'는 말을 근거 없다거나 미신이라고 가볍게 치부할 일만은 아닐 성싶다.

◆외모는 후천적이다

'얼굴은 마음의 초상화'라는 말이 있다. 바른 마음으로 바른 삶을 사는 사람은 그만큼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니 얼굴에 밝은 기운이 넘쳐난다는 뜻이다. 마음 한 구석에 고민의 짐을 짊어지고 사는 사람은 인생이 힘들 수 밖에 없으니 얼굴빛이 어둡기 마련이다. 자신의 삶의 궤적이 얼굴에 기운으로 반영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얼굴경영'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교수가 주창하는 얼굴경영이란 '마음과 행동을 잘 운영해야 좋은 인상이 만들어지고, 또한 행운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것. 경제가 어려워 움츠러들기 쉬운 요즘 더욱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누구나 한숨이 깊어가고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많아진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환한 표정으로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 주 교수의 주장. 이는 결국 '좋은 인상'을 심어주자는 말이다.

얼마나 자주 웃느냐 찡그리느냐에 따라 특정 얼굴 근육과 주름이 생기고 펴지기도 한다. '부부는 닮아간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이 말은 영국의 리버풀대 연구진에 의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오래 살수록 부부의 감정표현이 비슷해지면서 근육과 주름의 움직임이 같아져 얼굴 표정이나 인상이 닮아간다는 것. 성격이 닮아가면 서로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같이 웃다 보면 서로 풍기는 인상이나 행동이 결국 비슷해진다는 이야기다.

주 교수는 "우리 얼굴의 30%는 선천적으로 타고 나지만 70%는 후천적 환경이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본다. 주 교수는 이를 '얼굴이 캔버스라면 마음은 물감이고 행동은 붓'이라 하여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인상은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관상에 대한 만화 '꼴'을 연재하고 있는 허영만 화백도 "관상을 공부한 결과 관상은 변하고 운도 변한다"고 했다. '생긴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대로 생기는 것'이다.

◆좋은 관상이란?

취업 면접에서도 관상이 중요한 세상이다. 수상(手相)에 족상(足相), 언상까지 한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려 하는 마당이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좋은 관상이란 무엇인지' 의문을 갖는다. 관상을 볼 때는 복잡하다. '12궁(宮) 5관(官) 6부(府) 흉점·복점 5악(岳) 6부(部) 12지(支)' 등 읽어야 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나가 좋다 싶으면 다른 것이 걸리고, 이게 나쁘다 싶으면 다른 게 보완을 해 준다. 그만큼 사람 얼굴에서 인생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좋은 인상'을 정의내리기도 쉽지 않다. 관상학자들은 못생기고 우락부락해도 눈의 동공이 뚜렷하고 눈빛이 살아 있을 때 '좋은 얼굴'로 친다. 성형의사 등 전문가는 ▷원만한 턱선 ▷좌우 균형 잡힌 얼굴을 '건강한 얼굴'로 꼽는다. 뾰족한 턱선은 기운이 약하고 체력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성형수술과 운명의 관계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대부분은 성형 후에 얼굴이 변해도 근본적인 운명의 변화는 없다고 말한다. '꼴'의 감수자 신기원씨는 이를 "개천에서 용 나는 법은 거의 없다"는 말로 비유했다. 그러나 관상에 나쁜 부위가 있어도 고운 마음으로 덕행을 많이 쌓으면 흉상이 길상으로 변해 흉운도 길운이 될 수 있다고 부언한다. 관상은 항시 변화하며 본인의 의지에 따라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능동적인 인상관이다. '수상(手相)보다는 관상, 관상보다는 심상(心相)'이라는 말이다. 불교에서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임)라며 마음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마음 성형'이 인상적인 첫인상 만든다

심리학자들의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첫인상을 결정하는 시간은 길어야 7초를 넘기지 못한다. 그마저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폴 왈렌(Paul Whalen)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뇌의 편도체가 눈매를 통해 첫인상을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천분의 17초에 불과하다.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판단을 내리는 만큼 첫인상의 오류 가능성은 다분하다.

조작의 가능성도 있다.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는 10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고 그의 성격을 묘사하는 형용사를 나열한 후 피실험자들이 느끼는 인상을 적도록 했다. 한 집단에는 긍정적인 형용사부터 부정적인 형용사의 순서로 읽어주고, 다른 집단에는 반대로 부정적 것부터 읽어주었다. 그 결과 긍정적인 형용사부터 들은 집단의 참가자들이 가상의 인물에 대해 훨씬 더 호의적이었다. 부차적인 정보에 의해 인상이 조작될 수 있다는 말이다.

얼마전 MBC TV에서 방송된 '첫인상'에서도 첫인상이 얼마나 정확하고 과연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실험을 했다. 애쉬의 연구와 비슷하게 가상의 인물에 대해 '지적'이란 설명을 먼저 본 실험 참가자들은 그와 친구가 되길 원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인물을 평범한 차림과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바꿔가며 모의법정에 세운 결과 배심원들의 평결은 크게 차이가 났다. 최훈석 성균관대 교수는 "이미 형성해놓은 기대나 고정관념에 의해서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이나 인상이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인상의 정확성이나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음의 방증이었다. 현대사회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한 '이미지 조작'이 얼마나 쉬운지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였다. 오류와 고정관념에 크게 작용하고, 한 번 만들어지면 쉽게 바꿀 수 없기에 첫인상 관리는 그만큼 더 중요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대하고 웃어라 ▷말할 때 제스처를 쓰라 ▷친절한 말투로 칭찬하라 등이 있다. '마음성형'이 얼굴성형보다 더 중요하니 인상보다는 언상(言相)에 더 신경을 쓰라는 주문이다.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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