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靑 '김석기 문책 연기' 속사정 있나?

청와대가 용산참사 수습방안으로 경찰청장 내정자인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을 조기문책하지 못하는 것은 후임 경찰청장 인선과 관련된 부담스러운 경찰 내부사정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용산참사 수습방안으로 설연휴 직전까지 검찰의 진상조사 중간결과 발표와 책임자 문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수습방안 속에는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자진사퇴가 포함되어있는 것으로 읽히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석기 카드'를 쉽게 버리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국회에 김 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요구안의 국회 제출을 설 연휴 이후로 미루고 있다. 그 사이 여론을 확인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칫 여론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김석기 카드를 버리지 못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김 청장 내정자 사퇴 이후의 후속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 내정자 외에 경찰청장에 임명할 수 있는 3명의 치안정감들이 경찰총수 후보가 되기에는 각각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당장 경찰청장 대안이 될 수 있는 치안정감은 김 내정자 외에 임재식(54·전북 전주) 경찰청 차장과 김도식(57·경기 이천) 경기경찰청장, 한진(58·충북 영동) 경찰대학장 등 3명이 더 있다. 임 차장의 경우 전북 전주출신이라는 점에서 TK(대구경북) 편중인사 논란을 피할 수 대안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북경찰청장 재직시 법조브로커 '윤상림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어 부적격논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또 김 경기청장과 한 학장은 정년이 가깝고, 한 학장의 경우에는 지난해 서울경찰청장 재임시 '촛불집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문책성 인사를 당한 바 있다. 김 경기청장은 노무현 정부시절 치안비서관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그래서 경찰청 주변에서는 이들 3인의 치안정감을 대신해서 치안총감인 강희락(56) 해양경찰청장이 수평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치안정감 아래계급인 치안감 중에서 경찰청장 후보를 찾을 경우 한꺼번에 두계급 승진시켜야 하기 때문에 무리수라는 지적을 고려한 것이다. 치안감 중에서는 대구경찰청장을 지낸 윤시영(54) 울산경찰청장의 이름도 거명되고 있지만 여권 핵심부가 생각하는 인사범위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법에는 경찰청장의 자격에 대해 '경찰청장은 치안총감으로 보한다'고 되어 있다. 현재 경찰청장과 같은 치안총감인 강희락 해경청장이 경찰청장으로 수평이동하는 데에 있어서 법적인 문제점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 청장 내정자가 여론에 밀려 자진사퇴하거나나 내정철회의 형식을 통해 경질된다면 그 대안으로 강 해경청장카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강하게 나돌고 있다. 4대 권력기관의 TK 편중인사 논란이 일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여권 내부의 분위기도 강 청장 기용에 도움이 되고 있다. 강 청장은 경북 성주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경찰인맥 중에서는 드문 사법고시 출신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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