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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금성대군 혼백이나마…" 영주 순흥·단산 '서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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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 단산면 단곡3리 속칭
▲ 영주 단산면 단곡3리 속칭 '두레골' 서낭제.

"금성대군 혼백이나마…."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영주시 순흥면과 이웃한 단산면 단곡3리 속칭 '두레골' 주민들은 황소를 제물로 서낭제를 올린다. 서낭제는 마을 수호신을 받들지만 두레골 서낭제는 역사적 인물인 금성대군을 서낭당 신으로 받들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

이 서낭제는 단종애사의 희생자인 금성대군의 혼을 위로하고 그의 뜻을 기리는 제사에서 시작됐다. 금성대군은 영주시 순흥면으로 귀양온 뒤 순흥부사 이보흠과 단종 복위를 꾀하다 발각돼 죽임을 당했다. 이 때문에 마을 이름도 흥주에서 순흥으로 바뀌었다.

부정이 없는 사람을 제관으로 선정하는 전통에 따라 올해는 주민 박중식(70)씨가 제관이 됐다. 그는 정초부터 집 주변에 금줄을 치고 매일 찬물에 목욕을 하면서 정월 대보름날을 기다렸다.

제사를 지내는 모임인 '초군청'을 설치한 주민들은 황소를 잡아 대보름 하루 전인 8일 산신각에 고사를 지낸 뒤 이날 자시(子時·오후 11시~오전 1시)에 서낭제를 올렸다.

이어 날이 새면서 주민들은 대대적인 음복래 행사를 가졌다. 직경 2.5m, 길이 80여m, 무게 5t인 줄을 댕기는 성하·성북 줄다리기도 선비촌 마당에서 성대히 열렸다. 농악대의 응원속에 수백명의 주민들이 벌이는 줄다리기는 단종복위 사건으로 폐부되었던 순흥도호부(흥주고을)가 세조 사후 200여년이 지나 다시 복설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시작됐으며 지금까지 마을 축제로 이어지고 있다.

순흥 초군청은 조선 말 고종 임금 시절에 이 지역 농민들이 토호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것을 보다 못한 선비 김교림이 조정의 허락을 받아 만든 촌민 자치, 자위 조직으로 힘없는 순흥 농민들의 권익을 지켜내는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송대익 순흥면장은 "순흥지역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이 있는 유서 깊은 곳"이라며 "초군청 축제는 농민들의 인권과 권익을 지키고자 했던 선조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뜻 깊은 행사"라고 전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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