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아니면 말고'의 포항시

대규모 프로젝트 건설사업과 관련해 포항시가 엉터리 자료 발표로 시민을 현혹하고 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침묵으로 일관해 행정 불신과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3일 기획재정부에서 열렸던 2009년 상반기 예비타당성 사업심의위원회에서 지역의 숙원사업이던 포항영일만항 인입선 건설사업과 영천~안강을 잇는 철도건설사업이 예비타당성 심의에 통과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정부와 경북도에 확인한 결과 이날 심의에서 영일만항 인입선 철도건설은 통과된 반면 영천~안강 철도건설사업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부결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포항시는 이 같은 엉터리 발표를 하면서 철도건설사업 내용도 입맛에 맞게 바꾸었다. 시는 "(영천~안강 철도건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 분석내용이 타당성이 있다는 용역결과가 나오면 하반기 사업시행이 가능해 경주를 경유하도록 돼 있는 KTX 노선이 영천~안강을 통해 포항과 연결되고 포항 영일만항의 물동량 처리에 더욱 원활을 기할 수 있다"며 KTX 경부선 노선 변경까지 언급했다. 영천 시민들은 최대 숙원인 KTX 통과 실현 희소식을 영천시가 아닌 인근 도시의 친절한(?) 홍보로 접하게 됐다.

영천~안강 철도건설사업은 중앙선 복선화사업으로, KTX 노선과는 전혀 관련없는 사안이지만 포항시는 확인절차도 없이 보도자료를 냈고, 대다수 지역언론들은 이를 거창하게 홍보했다. 이번 건을 취재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은 엉터리 자료임이 드러난 후에도 포항시가 정정이나 해명 노력은커녕 침묵으로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포항시 고위 간부들이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공직태도에 익숙한 것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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