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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 호모 나무쿠스 생존기/ 윤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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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년 된 버드나무가 잘려나간 뒤에도

밤이면 바람결에 수군거리는 나뭇가지 소리가 들렸다

나가 보면 나무를 비춰주던 허연 달에

나뭇가지가 팔 벌리고 새겨져 있다

벌써부터 저 달나라로의 이민을 준비했을지도 모른다

둥지를 찾아온 새들은 영문을 모르고 맴돌다

기우는 달을 향해 날아간다

잘려나간 밑동에는

정강이뼈가 박혀 있었는데

이놈도 언젠가는 사람이 됐을 요물이라고들 했다

그래서 사람 자릴 넘본다고

밑동에 새싹을 피우며 가지가 솟았다

나는 어쩌면 우리 조상이었을 가지를 마저 끊어낸다

'호모 나무쿠스 생존기'에서 버드나무는 사람의 속성을 고스란히 간직한다. '호모 나무쿠스'라는 학명이 그렇고 그 죽음이 살아남은 자의 기억을 계속 간섭하는 것도 그렇다. 버드나무는 잘려나간 뒤에도 쉬이 죽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다른 터전을 마련했다. 그 터전은 달이다. 가장 몽상적인 달. 고개만 들면 보이는 곳으로의 이주야말로 나무가 몽상적이다라는 잠언에 맞춤한 행위가 아닌가. 그 몽상은 전염성이 아주 강하여, 둥지를 잃어버린 새들도 금방 달로 이주간 버드나무의 새 터전을 향해 날아간다. 그리하여 '나는 어쩌면 우리 조상이었을 가지를 마저 끊어낸다'라는 언술이 마지막을 장식했을 것이다. 호모 나무쿠스의 일생이야말로 사람의 몽상과 얼마나 닮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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