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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날 사주신 자장면 맛 생생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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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성의여고 교장 역임, 김천과 인연 각별

"여고 2학년 초가을 무렵, 소년처럼 입가에 해맑은 웃음을 머금고 첫 부임인사를 하던 교장 신부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17일 오전 모교인 김천 성의여고에 마련된 김수환 추기경 분향소를 찾은 박경애(73·여)씨는 "학창시절 교장으로 재직한 추기경님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모두에게 무한한 정을 내어주신 분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추기경이 교장직을 마치고 독일 뮌스터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그해(1956년)에 성의여상고를 나와 김천시청에서 공직생활을 했다는 박씨는 "졸업식날 교장 신부님이 사택으로 졸업생 몇몇을 불러 당시로서는 아주 귀한 음식이었던 자장면을 사주시면서 서운함을 달래준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1학년 때 교장이었던 최재선(요한·2008년 선종) 신부님은 성격이 강직해 학생들이 무서워한 반면 2학년 때 새로 오신 김 교장 신부님은 너무 인자한 분이어서 학생들이 때때로 버릇없이 굴다가 담임인 수녀님에게 혼이 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 후 가끔 김천에 내려왔을 때 성당미사를 집전하고는 신자들이나 수녀들에게 다가가 "성의여학교를 나오지 않았느냐"고 묻고는 "그렇습니다"라는 대답이 나오면 "그러면 그렇지"라며 어깨를 두드려 주곤 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어 "추기경께서는 재직 당시 120여명에 달하는 전교생들의 이름을 거의 꿸 정도였다"면서 "훗날 동문들이 명동성당에 예약을 하고 찾아가면 아주 살갑게 맞아줄 정도로 성의학교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고 말했다.

1951년 첫 사제서품을 받은 뒤 안동성당을 거쳐 1955년 김천성당(현 황금성당) 주임신부 겸 성의학교(중·고) 교장을 지낸 기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곳에 대한 추기경의 관심은 사뭇 남달랐다. 기회가 닿는 대로 내려와서는 "김천은 사제 60년 가운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교단에서 일반학생들을 가르친 곳이며, 황금성당 또한 사제로서의 요람이나 다름없는 곳"이라고 말하곤 했다는 것.

김 추기경은 특히 성의중·고 설립을 위해 수천평의 땅을 선뜻 내놓는 등 50여년 동안 지역의 가톨릭교회 발전에 이바지했던 유창국(93·지난 1월 작고)씨와도 각별한 우정을 나눠 지역 교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유재신(53·유창국씨 장남)씨는 "추기경님은 성의학교의 70, 90주년 등 의미가 큰 개교기념일이나 형인 고 김동한 신부의 기일에 대구 성직자 묘역을 찾아 미사를 올리고 귀경할 때 수시로 집에 들러 선친과 하룻밤을 묵곤 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의 분향소가 마련된 황금성당에는 17일 하루 동안 700여명의 조문객들이 다녀갔으며 18일 오후 7시 30분에는 대구대교구 5대리구 주교대리 여창환(라우렌시오) 신부가 추모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김천·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 김천 성의여상고 제1회 졸업기념 사진. 앞줄 중앙이 김수환 교장 신부. 맨 뒷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박경애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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