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문시장 한복지구 '10억대 소송 날벼락'

"마른하늘에 날벼락입니다."

서문시장에서 주단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56·여)씨는 지난 9일 배달된 편지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무려 6억3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내용 증명이 날아들었기 때문. 최씨가 운영하는 주단점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복 사진 105장을 무단 게재했다며 사진 1장당 600만원씩 배상하라는 내용이었다. 최씨는 "저작권법이 뭔지도 모르고 자식들이 만들어 준 홈페이지를 열어놓고 있을 뿐인데 이런 거액을 배상해야 한다니 말문이 막힐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날 저작권 관련 손해배상 내용증명 편지를 받은 이는 최씨뿐 아니다. 250여개 한복업체가 밀집해 있는 서문시장 1지구 2층에서만 같은 내용증명을 받은 업체가 9곳이나 된다. 각각 수백만~수천만원씩 손해배상을 요구받고 있으며 이 액수를 모두 합하면 10억원에 달한다.

손해배상을 청구한 측은 사진작가 B씨의 의뢰를 받은 서울의 S법무법인. S법무법인 측은 "서문시장 한복업체들이 무단 도용한 사진은 B씨가 다른 업체의 의뢰를 받아 카탈로그 제작용으로 촬영한 작품들"이라며 "사진 사용 중지와 정중한 사과, 그리고 B씨의 작품 사용료 30만원의 20배에 달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성재(55) 서문시장 상인회장은 "불경기로 손님 발길이 뚝 끊긴 마당에 영세상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라면서 "상인 대부분이 60세 안팎으로 저작권법이 뭔지, 인터넷이 뭔지 모르고 저지른 실수인 만큼 손해 보상액을 줄여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대구변호사협회 박정호 공보이사는 "사진을 무단 사용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므로 합의가 가장 원만한 방법이다. 하지만 워낙 거액을 요구해 합의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면서 "영세상인들인데다 저작권법 위반이 처음인 만큼 불기소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작권법 위반 고소사건 접수인원은 지난 2006년 1만8227명, 2007년 2만5027명(전년 대비 53% 증가), 지난해에는 9만979명으로 2007년에 비해 2.6배 이상 급증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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