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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 「갑골길」/ 도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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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咸安女高

白陽나무 교정에는

뼈모양의

하얀 甲骨길이 보인다

牛馬車 바퀴에

옛날이 실려가

명절날 둑길 위로

분홍 치맛자락이

소수레 바퀴의

햇살에 실려가면

갑골리란 지명이 갑골문자를 연상시키면서 그곳이 아주 오래된 마을 또는 주술적 세계관에 둘러싸인 전통적인 마을이란 암시를 준다. 더욱이 갑골리 가는 길이 뼈모양이란 놀라운 심미안이 갑골리를 더욱 아프고 아련하게 에워싼다. 그곳 함안여고-시인이 재직한 학교였을 것이다-의 동료 교사인 한선생의 슬픔이 백양나무와 능선과 사당과 우시장에 겹쳐지면서 갑골리 가을은 더욱 깊어간다. 우시장이 열리던 날 시인과 한선생은 구경 갔으리라. "牛馬車 바퀴에 / 옛날이 실려가"는 구절을 보면 늙은 노총각인 한선생은 우마차를 장난삼아 올라탔던가. 소수레 바퀴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을 묘사한 "명절날 둑길 위로 / 분홍 치맛자락이 / 소수레 바퀴의 / 햇살에 실려가면"이라는 구절은 뼈모양의 갑골리와 뚜렷하게 대비되어 한선생의 추억을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든다. 여기에 아쉬움과 탄식이 섣불리 노출되었는가. 오직 있는 것은 수레바퀴의 햇살에 비치는 아련함, 혹은 수레바퀴의 햇살을 따라가는 구름과 마음의 어긋나는 움직임뿐이다. 슬픔은 말의 서정성이 자꾸 삭여서 결국 우마차 바퀴살에 걸리는 햇살의 움직임처럼 무표정하면서도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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