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가 후보 사퇴 권유 논란으로 인해 변질되자 실익없는 싸움은 그만하고 경주와 경북 발전을 위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선거로 만들어야 한다는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내분은 경북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무소속인 정수성 예비후보의 기자회견으로 한나라당이 달궈진 가마솥이 되면 결국 정 예비후보의 선거 전략에 말려든다는 전술적 판단도 한나라당에서 나오고 있다.
◆이상득은?=이 의원은 2일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의 수치"라는 발언에 대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한나라당 소속 경북지역 의원들과 오찬을 끝내고 나오는 자리에서 "원래 선거에서는 이보다 더한 일들도 생기는 법"이라며 "이 정도 마타도어는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수성씨가 그 정도 되니까 대장까지 한 것 아니겠냐"라며 사퇴 권유 기자회견이 선거꾼들이 자주 벌이는 '선거용 이벤트성'임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특히 '박 전 대표의 발언이 불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대로…그대로…그대로…"라며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그렇게 약삭빠르게 정치를 하지 않는다"며 사퇴 권유설을 일축했다.
◆박근혜는?=사실이라면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발언했던 박 전 대표는 침묵했다. 대신 2일 서울에서 열린 허태열 한나라당 최고위원 차녀 결혼식에 참석했다. 결혼식 20여분 전에 식장에 도착한 박 전 대표는 "축하드린다"고 허 최고위원에게 간단하게 인사한 뒤 이내 자리를 떠 이미 식장에 입장해 있던 이상득 의원과 만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2일 사퇴 종용 논란과 관련, "당에서 직접 개입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가 무소속 후보에게 사퇴하라 말라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정씨 측의 후보 사퇴 종용 주장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으로 방침을 세웠다. 선관위로부터 이명규 의원이 정씨를 만난 일이 위법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얻은 만큼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차분하게 인물과 정책대결로 가는 것이 선거전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경북 의원들은 이날 모임을 갖고 경주 재선거 지원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 오는 8일 경주에서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을 갖기로 했다. 도당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인 정희수, 강석호 의원이 각각 선대위원장과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지역 의원 전원은 선대위 고문을 맡기로 했다.
◆정종복은?=정종복 한나라당 후보는 '황수관 효과'에 한껏 고무됐다. 2일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황수관 박사가 자신의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성동 선거사무소에서 한나라당 당원을 비롯해 지지자 1천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황수관 선대위원장' 환영식까지 열었다. 환영식에서 정 후보는 "황 박사의 신바람이 경주 시민 모두에게 퍼져 나가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 경주를 확실하게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 측은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해 온 황 박사 지지 세력이 정 후보 쪽에 그대로 옮겨 올 것으로 기대했다.
◆정수성은?=무소속 정수성 예비후보는 사퇴 압력을 거듭 주장했다. 정 예비후보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명규 의원이 스스로 얘기했듯 내가 이겨도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이 안 되고, 져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나보고 그만두라는 뜻 아니냐"며 "그보다 더 노골적인 사퇴종용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정 예비후보 측은 또 "일부에서 제기한 이명규 의원과의 녹취록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런 의도는 애초부터 없었다"고 했다. 정 예비후보는 3일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사퇴 종용'에 대한 추가 입장을 밝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 시민들은?=경주 유권자들은 재선거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선거판이 '후보 사퇴 권유' 파문으로 얼룩지면서 '경주 발전'은 뒷전으로 밀려난 까닭이다. 2일 5일장이 선 경주 중앙시장 상인들은 "선거의 '선'자도 꺼내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한 상인은 "경주를 위한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판이 오히려 경주를 욕보이고 있다"며 "정책은 없고 싸움만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경주역에서 만난 이상태(47)씨는 "'후보 사퇴 권유'니, '정치 공작'이니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얘기보다는 '누가 어떻게 지역을 발전시킬 것인가'라는 비전을 듣고 싶다"고 했다. 자유선진당 이채관 후보 역시 "사퇴 논란을 둘러싼 이전투구가 시민들에게 실망감만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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