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틀렸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무척 속상해 하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틀리다'라는 말을 의외로 자주 쓴다. 이 말을 쓰는 사람들은 '틀리다'와 '다르다'가 서로 다른 말임을 아마 모르고 사용하는 것 같다. 이 말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틀리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못할 것이다.
어느 날 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던 딸아이로부터 이 지적을 듣게 되었다. "틀리다는 말과 다르다는 말은 전혀 다른데 왜 자꾸 틀리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서야 필자는 틀린 말인지 느끼지도 못한 채 틀리다는 말을 남발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두 단어가 서로 엄연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이 말을 혼동하여 '틀리게'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이 세계가 나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리하여 우리는 나와 뭔가 다른 것을 보았을 때 내 기준으로 그것을 보며 '틀렸다'는 말을 성큼 내뱉어 버린다. 그 다른 것을 옳게 고쳐야 된다는 생각에서 틀린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 같다. 그것이 습관이 되면 우리의 입에서는 틀렸다는 말이 떠나지 않게 된다. 이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꽤 긴 시간과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다른 것을 볼 때 틀리다고 치부해 버리는 게 아닐까?
그러나 틀렸다는 말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이 말을 듣게 되면 그 사람은 자신의 어떤 점이 잘못되어 있는지 무척 고민하게 될 것이다. 민감한 사람이라면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단지 정확하게 사용하지 않은 말 한마디로 인해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해 반사적으로 틀렸다고 말해버리는 이 습관을 가지고 있던 필자는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해야 했다. '다르다고 말해야 할 때 틀리다고 말하지 않기' 운동, 즉 바른말 쓰기 운동을 하기 시작했을 때 딸아이가 힘이 되는 한마디를 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틀리다고 말해야 할 경우가 다르다고 말해야 할 경우에 비해 훨씬 적다는 것이다. 아이의 말대로 이 세상에는 틀린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단지 다른 것이 있을 뿐이다. 그 이후 언제부터인가 이 '다르다'와 '틀리다'는 말이 귀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가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을 때 상대방이 틀렸다고 정의를 내림으로써 우리 자신을 정당화시키고자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상대방 내리기 전략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뒤돌아서면 그가 틀린 것이 아니라 내가 틀린 것임을 금방 알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그가 나와 조금, 그것도 아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그를 틀린 사람으로, 잘못된 사람으로, 고쳐야 할 점이 많은 사람으로 몰아버리는 언어 폭력을 이제는 그만두자.
내가 나만의 잣대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있는 동안 상대방 역시 그만의 잣대로 나를 평가하고 있을 것이다. 서로서로가 잘못되어 있다고 여긴다면 그들의 관계는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이제 내 말부터 조심해보자. 내가 옳고 네가 틀린 것이 아니라 너와 나는 조금 다르다. 너와 나의 생각은 약간 차이가 있구나. 그래야 그 다른 점으로부터 시작하여 중간점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상대방이 틀리다는 생각을 밑바닥에 깔고 있다면 상대방을 뜯어고치려는 의협심에 불타게 될 것이다. 잘못된 것이니 당연히 고쳐줘야 한다는 정의감 내지는 교육열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런 작은 사고방식들이 모여 인간 관계의 근본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화의 기법은 큰 것에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작은 말 한마디를 통해서 상대방의 옳음을 인정해 주는, 바로 거기에 대화의 기술 하나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너는 틀리지 않았어. 나와 약간 다를 뿐이야!"와 같은 말로 상대방을 인정함으로써 세상은 다양한 곳, 재미있게 살 만한 곳이 될 것이다.
정막래 교수 (계명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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