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이라도 아껴야죠."
경기침체의 그늘이 깊게 드리우면서 대학생들의 취업준비 전략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학원강의수강보다는 스터디 모임을 통해 비용을 절약하고 서울 상경이 힘든 고시 준비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스터디를 하고 있다. 필요한 책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중고 교재를 구입하고, 친구들끼리 동영상 강좌를 돌려보는 것은 기본이다.
◆스터디 모임, 돈과 실력을 함께…
대학원 졸업반인 백승환(30)씨는 요즘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저녁 자기소개서 첨삭과 모의면접 연습으로 바쁘다. 백씨는 "스터디 모임을 통해 준비하면 비싼 학원비를 절약할 수 있다"며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 회원 중에는 2, 3개의 스터디 모임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 채용 공고가 하나둘씩 나붙으면서 특정 기업을 목표로 집중한 면접 스터디가 인기다. 이모(27)씨는 "면접은 연습할 상대방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스터디가 가장 효율적"이라며 "면접에 중요한 영어회화 스터디를 하나 더 구하려 한다"고 했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대학가 '스터디 모임' 열풍이 거세다. 특히 취업 준비생 사이에 '명문스터디' 가입 경쟁이 치열하다. '스터디모임에 들어가기가 취업하기보다 더 어렵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두 번이나 스터디모임 가입에 실패한 최모(23·여)씨는 "스터디는 각자가 가진 지식과 정보를 품앗이하는 방식이다 보니 구성원들의 자질을 따진다"며 "대기업 입사자를 많이 배출한 스터디일수록 신규 멤버를 뽑을 때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다"고 했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인터넷 스터디'도 늘고 있는 추세다. 취업준비생들끼리 인터넷 채팅 창을 통해 함께 문제를 풀고, 부족한 정보를 나누는 사이트가 인기다. 강모(22)씨는 "서울 신림동에서 2개월 동안 학원에 다녔지만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집으로 내려와 서울 학원에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채팅을 통해 스터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도 '아나바다' 열풍…
대학생 김모(22·여)씨는 요즘 친구들과 사이버강좌 ID와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있다. 4명의 친구가 4분의 1씩 돈을 분담해 7만원짜리 동영상 강좌를 함께 보는 것. 김씨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영어학원보다는 사이버 강좌의 비용이 싼데다 여러 번 반복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책값을 아끼기 위해 중고책을 팔고 사는 학생들도 급격히 늘어났다. 대학생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새 학기 전공과목이나 교양과목 강의 교재를 찾는 학생들의 글부터 각종 수험서를 파는 글 등이 매일 수십개씩 올라올 정도다.
'영어 가르쳐 드릴 테니 중국어 가르쳐 주세요' 등의 강의 품앗이부터 '토익 모의고사 문제집 바꿔 풉시다' '수험서 바꿔봅시다' 등 정보나 교재 교환으로 비용을 절약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대학생 김낙현(25)씨는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 보니 대학캠퍼스조차도 아끼고 나눠쓰면서 비용을 절약하는 '자린고비'식 습관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며 "한때 대학가는 '불황 무풍지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씀씀이가 헤펐던 학생들에게 불황이 확실한 경제학습의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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