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억울한 희생 명예회복이 소원" 이름없는 이원우씨

이원우(61)씨는 미군 비행기 폭격 당시 상황과 이후 삶을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많은 세월이었다.

이씨는 "당시 어머니는 생후 21개월인 나를 업은 채 네 살인 형을 안고 있었고, 아버지는 여섯 살인 누나를 안고 있었다고 누나한테 들었다"고 말했다. "누나가 기절한 뒤 깨어나 보니 자신의 목 위에 다리를 걸친 아버지는 얼굴이 피투성이였고, 옆에 있던 어머니도 기척이 없었다고 얘기해 줬다"고 했다. "어머니가 나를 쌌던 포대기도 피가 흥건하기는 마찬가지였다"는 것. 이씨는 그때 아버지와 어머니, 형을 잃었다. 누나와 함께 전쟁고아가 돼버렸다.

이씨는 "당시 혼자였던 재종숙모가 우리 오누이를 거둬 밥 동냥을 하면서 한 달가량 키웠다"며 "전쟁의 혼란 속에서 하루 끼니를 잇는 게 가장 큰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딸과 사위, 큰 외손자를 잃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우리 소식을 듣고, 데려가 함께 살았다"고 했다.

이씨가 제대로 못 먹어 얼굴과 몸이 너무 야위어지자, 외할아버지는 한겨울 얼음을 깨고 개구리나 미꾸라지를 잡아 곤 국물을 먹였다는 것. 외갓집에서 지내면서 이씨는 옆구리와 엉덩이에서 탄피조각 3개를 발견해 떼 냈다.

이씨의 누나는 학교는 구경도 못한 채 외숙모가 하던 구멍가게 일을 도왔다. 이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동네가게 점원, 농사일, 막노동, 서울 평화시장 옷가게 등 '살기 위한' 일들을 찾아 나섰다. 부모와 형을 잃은 한은 물론이고, 배고픔과 배우지 못한 설움도 컸다.

이씨는 "그 때문에 자식 둘은 모두 대학을 보냈고, 이제 미국과 우리 정부가 억울한 희생에 대한 명예회복을 해준다면 더 이상 소원이 없다."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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