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모든 도시는 한자로 표기할 수 있는데, 유독 수도인 서울만은 한글로만 표기할 뿐 한자어는 없다.
그래서 한자권 국가인 동남아나 일본, 중국 등에서 서울을 표기할 때 애로가 많다. 국제우편을 보낼 때도 서울만은 영어로 'Seoul'이라고 표기하는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서울 올림픽이 결정되었을 때도 서울을 '세우루'라고 발음하는 것을 보면서, 일본 사람들이 '소우루'(ソウル)라고 하는 것을 나무랄 수만 없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서울'은 어디서 온 말이길래 한자어가 없는 것일까? 서울은 원래 '도읍'을 의미하는 말로서, 그 어원은 신라 시대의 수도 '경주'를 '서라벌'이라고 한데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서라벌'(徐羅伐)의 '라'(羅)는 '나라', 즉 국토를 의미하고 '벌'(伐)은 고대어로 '넓은 들', 즉 도읍을 말한 것으로, '서의 나라의 도읍'이란 뜻인데, 이 말이 후에 '서벌'(徐伐)이 되고, 다시 '서울'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에도 이 서울이 변한 이름의 지명이 아주 많다. 고대 가야족이 일본으로 건너와 맨 처음 자리를 잡았다고 하는 곳이 후쿠오카시 서쪽의 마에바루(前原)시인데, 이곳은 고대의 이토국(伊都國)으로 그 배후에 있는 산이 '세후리산'(背振山)이다.
이 '세후리'(背振)라는 말 역시 '서벌'에서 온 것으로 '서울'이란 말이다. 또 마에바루시에는 '가야산'(可也山)도 있는데, 이도 역시 가야국의 '가야'에서 온 말이며, 이 지역의 '게야'(芥屋)라는 지명도 '가야'라는 말이 변한 것이다. 또 후쿠오카시 사와라구(早良區)라는 지명도 '사와라'(早良), 즉 '서울'이란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구마모도(能本)현에 있는 '아소산'(阿蘇山)은 활화산으로, 화구에 불과 물이 공존하고 있어 보는 이들에게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게 하는데, 고대인들은 이 산을 '서산'이라고 불렀다. 이것이 세월과 더불어'소산'으로 바뀌고, 여기에 '위대한'이란 의미의 접두어 '아'가 붙어 '아소산'이 되었는데, 이것도 '위대한 서울산'이란 뜻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아소산의 높이가 1,592m로 임진왜란이 일어난 해와 똑같아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번 들으면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묘한 산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단군신화처럼 일본의 건국신화에 나오는 '천조대신' 즉 '아마테라스오오가미'(天照大神)의 이름을 '세오리츠히메'(瀨織津比羊神)라고 하는데, 여기서 '세오리'는 '세올' 즉, '서울'이란 말이고, '쓰'는 '의', '히메'는 '왕녀'라는 말로, '세오리츠히메'는 고대의 경주를 지칭하는 '서울의 왕녀'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신을 섬기는 신궁을 '이세신궁'이라고 하는데, 이 '이세신궁'도 역시 원래는 '서궁'으로서 앞에 접두어 '이'가 붙어 '이서'가 되고, 이것이 '이세'(伊勢)로 변한 것이다. 따라서 이세신궁은 '서울의 왕녀가 계시는 서궁' 즉 '서울궁'이란 뜻이다.
그러고 보면 '서울'이란 말은 한국에서는 국가의 '수도'로, 일본에서는 일본 건국신화의 '국조신'으로, 둘 다 아주 소중하게 양국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한일 양국에 묘한 인연을 갖고 있는 '서울'이란 말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 본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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