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고 쉬운 공연으로 지역민이면 누구나,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개관기념 공연(28일~8월 15일) 준비에 눈코 뜰 새 없는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김정학(51) 총감독은 "좋은 공연, 깊은 감동을 시민에게 제공할 것"이라며 운을 떼었다. 김 감독의 첫인상은 공연의 총지휘자라기보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감이 진하게 풍겼다.
김 감독이 천마아트센터 공연 지휘봉을 잡은 인연은 30년 전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감독은 영남대 영어영문학과(79학번) 출신으로 문학도이면서도 연극에 미치다시피 몰입했다. 대구권 대학 중에서는 처음으로 원어연극반을 만들어'작은 여우들''다리위에서 바라본 풍경'등을 연출했으며 28년째 후배들이 맥을 이어오고 있다. 원어연극을 연출한 영향인지 김 감독은 지금도 영국 시인 엘리엇의'황무지'를 영어로 줄줄 암송할 정도라고. 또한 그는 영남대 영문과 대학원생 시절엔 연극극단 '우리 무대'를 창단해 20여편의 국내 초연극을 주도하며 극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김 감독의 문화토양은 문학과의 만남에서도 길러졌다. 대학시절 소설가 장정일 등 문인들과의 교류와 '대구문화'(대구문화예술회관 발간)를 창간하며 그 토양을 일구었다. 문학이 좋았고 연극에 빠졌던 김 감독의 예능에 대한 '끼'는 방송으로까지 이어졌다. 졸업 후 대구MBC PD, BBS불교방송 영상제작팀장, TBC대구방송 FM팀장으로 방송 분야에서 역량을 과시했다. 1993년 불교방송 재직시절 '팔만대장경' 다큐물로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2004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김 감독은 LA라디오코리아(한인방송) 본부장으로 활동하며 그 맥을 이어갔다. 30년 만의 그의 모교 아트센터 부임은 우연이라기보다 차라리 필연인 듯하다.
김 감독의 이력 중 10여년의 해외 이민생활은 해외동포의 애환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며, 한국의 다문화사회 문제 해결도 그 답을 미국 캐나다 등 외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동남아 등지 이주노동자들의 2세가 자신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특히 다문화가정에 다가갈 수 있는 문화를 보여주는 것은 더더욱 중요한 일입니다."
네팔 방글라데시 등 노동자들이 성서공단에서 20, 30년을 근무해도 자기 나라 노래 한 곡 들을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이번 개관기념 공연에서 외국 이주민들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문화적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이번 천마아트센터 개관 기념공연에서 다양한 공연과 전시로 문화예술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을 시도하려고 한다. 오페레타 '박쥐', 호세 카레라스 공연, 대구시립교향악단 초청 연주회 등 고품격의 음악과 SG워너비 봄날 콘서트, 7080 청바지콘서트 등 대중음악을 함께 선보인다. 워낭소리'똥파리 등 화제의 독립영화와 명창 정순임의 살아 뛰는 판소리, 아메리칸 피아노 트리오, 영미 걸작 공연포스터전, 길 위의 삼국유사 사진전 등 다양한 장르도 준비하고 있다.
대학가의 문화예술적 욕구도 적극 수용할 요량이다. 16개 대학이 밀집한 경산 대학가는 물론 지역을 거점으로 세계로 나아가는 대학의 역할을 천마아트센터가 전령사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문화예술의 바른 역할을 위해 지역민에게 다가갈 생각이다. "'문화발전소'인 대학이 갖고 있는 문화적 역량을 아낌없이 보여줄 것"이란 김 감독은 "지역민에게 문화를 가르쳐주고 문화를 이해하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영어 뮤지컬학교 운영계획도 밝혔다. 월드디즈니사 등 외국 뮤지컬 전문가를 초청해 이들의 지도 아래 학생들이 직접 뮤지컬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면 어학연수 효과뿐 아니라 생생한 체험으로 창의력까지 키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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