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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부처님오신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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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이 막바지 영토전쟁으로 치열하게 다투던 서기 660년. 大耶城(대야성'지금의 합천)을 지나던, 남루한 승복 차림의 塞部(새부)는 신라와 백제 간 국운을 건 한판 승부의 현장을 목격한다.

잘린 모가지, 떨어져 나간 팔다리, 피로 범벅이 된 채 꿈틀거리는 몸뚱이들과 고통스레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육신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새부는 '도대체 인간의 마음은 타인을 어디까지 감쌀 수 있는가'라는 의문과 함께 끊임없이 돋아나는 인간 욕망의 싹에 대해 깊은 고뇌에 휩싸인다.

이듬해 근원적인 마음의 화두를 찾고자 45세의 나이로 그는 入唐求法(입당구법)의 발걸음을 내딛지만 이내 단념하고 만다. 당나라 가는 길에 땅막에서 하룻밤을 자던 중 목이 타 마셨던 꿀맛 같던 물이 아침에 보니 무덤 속 해골에 담겼던 썩은 물이었음을 알고 認識(인식)의 大轉換(대전환)을 맞은 것이다.

"알겠도다! 마음이 일어나므로 갖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마음이 사라지므로 땅막과 무덤이 둘이 아님을, 삼계는 오직 마음이요, 만법은 오직 인식일 뿐. 마음 밖에 현상이 없는데 어디서 따로 구하겠는가"

해골이 나뒹굴던 무덤 속에서도 땅막과 무덤이 둘이 아니고 생사와 해탈이 둘이 아님을 깨달은 그가 해동불교의 첫 새벽을 연 元曉(원효)다.

도당 길에 원효가 발견한 이 마음은 바로 대승불교가 말하는 보편적 인간(보살)의 마음임과 동시에 깨달음과 어리석음이 한순간 마음의 작용에 의해 가능하다는 교훈을 안겨준다.

불교의 세계관은 세상이 온통 괴로움 천지(一切皆苦)이며 그 괴로움의 원인도 알고 보면 모두가 한갓 마음이 만든 허영에 불과하다는 것. 이 때문에 보이는 바깥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諸行無常), 모든 것의 실체란 없다(諸法無我)고 가르친다.

그렇다면 그 괴로움의 상쇄 방법은 무엇일까. 불교적 심리학대로라면 한 생각의 돌이킴에 달려 있다. 생각을 돌이키면 중생과 부처가 한마음에서 만날 수 있다. 늘 욕망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 때문에 괴로움은 쌓이기만 할 줄 알았는데, 진실은 그 마음이 바로 중생과 부처가 만나는 핵심고리라는 것이다. 5월 2일은 불기 2553년 부처님오신날이다. 팍팍해진 세상살이에 뭇 중생들의 아픔을 덜어주었으면 한다.

우문기 교정부 차장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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