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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조 들여다보기] 가노라 삼각산아 / 김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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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노라 삼각산아

김 상 헌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겨레와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치니/ 그 정성 영원히 조국을 지키네/ 조국의 산하여 용사를 잠재우소서/ 충혼은 영원히 겨레 가슴에/ 임들은 불멸하는 민족혼의 상징/ 날이 갈수록 아아 그 충성 새로워라.'

조지훈 선생이 작사한 현충일 노래 가사이다. 역사는 얼마나 많은 피를 요구했던지, 아니 나라를 지키는 것이 그렇다고 말해야겠다. 현충일, 그 장하고 위대한 피를 생각해야 할 날이다.

이 시조는 인조 때 예조·이조 판서를 지낸 김상헌(金尙憲·1570~1652)의 작품이다. 그는 청 태종이 20만 대군을 이끌고 침략한 병자호란 때 항복하지 말고 끝까지 싸우기를 주장한 척화신(斥和臣)으로 청나라 심양으로 끌려갔다. 인조는 결국 삼전도에서 항복하고 청나라에 신하의 예를 행하기로 한 굴욕적인 화약(和約)을 맺고 말았는데…, 이 작품은 김상헌이 청나라로 끌려갈 때 읊은 노래다.

초장 '나는 떠나가노라 삼각산아, 돌아와서 다시 보자 한강수야'에서 삼각산과 한강수를 부르는 절절함이 가슴을 적신다. 삼각산은 지금의 북한산으로, 백운·인수·국망의 세 봉우리가 빼어나 그렇게 불렀다. 중장 '정든 고국 땅을 내 어찌 떠나고자 하겠는가마는'에는 볼모로 끌려가야만 하는 신하의 안타까움이 젖어 있다. 종장 '세월이 하도 뒤숭숭하니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에 이르면 조국을 떠나야 하는 이의 아픔과 슬픔이 겹쳐 흐른다.

이 작품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안창호 선생의 거국가(去國歌)가 있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잠시 뜻을 얻었노라 까불대는 이 시운이/ 나의 등을 내밀어서 너를 떠나게 하니/ 일로부터 여러 해를 너를 보지 못할지나/ 그 동안에 나는 오직 너를 위해 일하리니/ 나 간다고 슬퍼마라 나의 사랑 한반도야'. 4절 중 1절이다.

조국에 대한 이 절실한 사랑들이 우리의 오늘이 있게 했다. 오늘만이라도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우리는 '조국' '영령'이란 말을 곱씹어 보아야 하리라. 그런데 어찌 예나 지금이나 시절은 왜 그리 '하 수상'하기만 한 것인지…! 문무학(시조시인·경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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