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추]외국의 고추

한국인 울고 갈 매운맛 보여주마

고추는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즐겨 먹는 채소로 세계 곳곳에서 재배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중국'파키스탄'멕시코'스리랑카'나이지리아'에티오피아'태국'일본'헝가리 등이 손꼽히는 고추 생산국이다. 고추는 재배지의 토양'강우량'기온에 따라 모양과 매운 정도가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 고추처럼 길쭉하게 생긴 것부터 콩'체리'종을 닮은 것까지 생김새가 다양하다. 매운맛도 같은 밭에서 자라고 크기와 모양이 같은 고추라 하더라도 제각각이다. 전세계 고추를 매운 정도에 따라 분류하면 무려 30만가지가 된다고 한다. 줄기가 3m까지 자라는 고추도 있으며 붉은색으로 변하기 전 노란색, 자줏빛 검은색, 라벤더빛이 도는 짙은 녹색을 띠는 것도 있다. 또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채 하늘을 보며 자라는 고추도 있다.

고추를 지칭하는 이름도 나라마다 다르다. 고대 잉카족은 고추를 아히, 아스텍족은 칠리(chilli)라 불렀다. 스페인 사람들이 칠리를 칠레(chile)로 바꿔 부르면서 남아메리카와 멕시코에서 그대로 이름이 굳어졌다. 영국에서는 후추(pepper)와 구별하기 위해 고추를 레드 페퍼로 칭했으며 이탈리아 사람들은 페페로네, 헝가리 사람들은 파프리카라는 이름으로 고추를 불렀다.

세계적으로 애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외국 고추로는 멕시코가 원산지인 타바스코와 할라피뇨, 하바네로가 있다. 타바스코는 우리도 먹고 있는 타바스코 소스의 원료다. 할라피뇨는 노란색과 초록색 두 종류가 있는데 노란색이 더 맵다. 씹을 때는 매운맛이 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매운맛은 증가한다. 불에 구우면 매운맛이 깊어진다. 국내에서는 할라피뇨 피클로 많이 먹는다.

하바네로는 멕시코 고추 가운데 가장 맵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알려졌으나 인도가 원산지인 졸로키아 고추류(나가 졸로키아, 부트 졸로키아)가 등장하면서 순위가 밀려났다. 따로 먹기보다는 잘게 썰어 요리에 넣거나 하바네로 소스 원료로 사용한다.

태국을 대표하는 고추 프릭키누는 크기가 쥐똥처럼 작다고 해서 '쥐똥고추'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첫 맛은 맵지만 오래 가지 않고 뒷맛이 개운하다.

그러면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는 무엇일까. 매운맛은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고추의 매운맛을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기준이 마련돼 있다. 바로 스코빌단위(SHU'Scoville Heat Unit)로 약사였던 윌버 스코빌(Wilbur Scoville)이 1912년에 개발했다. 스코빌은 고추에서 추출한 일정량의 캅사이신에 설탕물을 얼마나 혼합하면 매운맛이 느껴지지 않는지를 측정해 수치로 나타냈다.

당시 스코빌은 입으로 맛을 보며 스코빌단위를 기록했지만 지금은 기계를 이용한다. 형광물질인 캡사이신을 광선에 노출시키면 감지기가 형광물질의 양을 통해 스코빌단위를 측정한다. 스코빌단위는 0부터 시작해 숫자가 높을수록 매운맛이 강함을 의미한다.

피망은 스코빌단위가 0으로 가장 순한 고추다. 반면 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매운 고추는 부트 졸로키아로 스코빌단위가 100만이다. 일명 '유령고추'로 불리며 지구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 우리나라서 가장 맵다는 청양고추보다 100배나 더 매운맛을 낸다. 2위는 도싯 나가(방글라데시)로 87만~97만, 3위는 나가 졸로키아로 85만5천, 4위는 레드 사비나 하바네로(멕시코)로 35만~57만7천 스코빌단위를 나타냈다. 이 밖에 인도산 버드아이의 스코빌단위는 10만~22만5천, 프릭키누는 5만~10만, 일본산 산타카는 4만~5만, 타바스코 3만~5만, 헝가리산 엘로우는 4천, 청양고추는 4천~1만 정도다.

우리나라 고추의 맵기는 세계 고추시장에서 중하 수준이다. 청양고추조차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외국 고추의 매운맛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참고로 하바네로의 경우 장갑을 착용한 뒤 집안 창문을 모두 열고 요리를 해야 한다고 하니 매운맛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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