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앞으로 호남이니 영남이니 따지지 않고, 지역적으로 차별받는 인사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취임식 일성은 김중권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 발탁으로 현실화됐다. 김 전 실장은 11대 민정당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는 등 전형적인 5, 6공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구여권 출신인 김 전 실장을 과감하게 비서실장으로 기용한 데 이어 2000년에는 민주당 대표로까지 임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대구경북을 방문할 때마다 김 전 실장을 앞세워 "지역이 도와줘야 나도 대구경북을 도울 수 있다. 지역이 배출한 인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 대권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에 머물다가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19일 서둘러 귀국한 김 전 실장은 "지역주의 타파와 대구경북을 위해 그렇게도 애를 쓰셨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건고를 졸업한 김태랑 전 민주당 최고위원도 김 전 대통령의 지원을 아낌없이 받은 인사다. 고인이 민주당 총재로 있었던 1991년 총재 비서실 차장으로 인연을 맺은 김 전 최고위원에게 김 전 대통령은 평소 영남권 조직 관리를 주로 맡겼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취약지인 영남권 조직 관리를 대과 없이 수행한 것을 평가해 15대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에서 당선권을 공천하는 한편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키워냈다.
민주당 김부겸·추미애 의원도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깊다. 김 의원은 1987년 재야시절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에서 활동하면서 김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1991년 김 전 대통령과 이기택 현 민주평통수석부의장이 만든 통합민주당 부대변인으로서 김 전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기 시작했다. 1995년 김 전 대통령이 국민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탈당하면서 잠시 다른 길을 걸었다. 그 후 김 의원은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가 열린우리당 창당 때 합류했다.
추미애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키운 '대구경북의 딸'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95년 광주고법 판사로 있던 추 의원을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에 발탁했고, 다음해 서울 광진을 공천권을 준 뒤 당선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03년 새천년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까지 역임한 추 의원은 19일 추도사를 통해 "육신은 떠나더라도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남북의 평화를 바라는 당신의 영혼만큼은 우리 가슴에 영원히 남아있길 바란다"고 애도를 표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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