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학왕' 등극 비결요?

고교 과학탐구대회 최우수상 김대희·장해준 군

한국학생과학탐구올림픽 고교 과학탐구전국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시지고 2학년 장해준(왼쪽), 김대희 학생이 의학도를 꿈꾸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한국학생과학탐구올림픽 고교 과학탐구전국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시지고 2학년 장해준(왼쪽), 김대희 학생이 의학도를 꿈꾸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지난달 25일 서울과학전시관에서는 '제17회 한국학생과학탐구올림픽 고등학교 과학탐구전국대회'가 열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고 (사)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가 주관하는 대회였다. 객관식·주관식 혼합의 필기평가와 실험평가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대구 시지고등학교가 그 위상을 드높였다. 2학년 김대희·장해준(17) 학생이 일반고교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이어 두 번째이다. 전국 16개 시·도에서 선발된 일반계 고교 30여개팀과 겨뤄 얻어낸 성과인 만큼 그 의미는 더했다. '과학왕'으로 등극한 두 학생의 비결을 들어봤다.

◆순탄찮은 과정 거치며 일군 성적

"대회장에 들어가 수백명의 참가자를 보니 잠시 주눅이 들더군요. 과연 우리가 1등을 차지할 수 있을까 의문까지 생기더라고요."

전국의 학생들과 자웅을 겨뤄 최우수상의 영예를 얻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대회 당일 시험만 해도 그렇다. 오전 9시부터 먼저 치러진 필기고사부터 녹록지 않았다. "물리 문제부터 시작했는데 풀다가 막히기를 반복했죠. '엄청나게 어렵구나'란 생각이 들더니 불안해지더군요. 어려운 문제는 일단 넘어가면서 풀었어요."(해준군). 대희군도 문제 푸는 내내 '어렵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렇다보니 상을 받겠다는 것은 꿈같았다. 그래서 1주일 지나 발표된 최우수상 수상은 믿기 어려운 결과였다. "무엇보다 뭔가를 이뤘다는 생각에 기뻤어요. 시험을 못쳤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소식을 듣고 놀랍기도 했고요."(장군), "진짠가 싶더니 기분이 멍~해지더군요."(김군).

두 학생은 이 같은 결과를 생각보다는 쉬웠던 실험평가 덕택으로 돌렸다. 나침반을 이용해 전자석의 상대세기를 측정하는 문제. 물리와 화학을 담당한 김군이 각도기가 없는 상황에서 나침반을 이용해 각도를 측정해 그래프를 작성했다. 대구 대회때 실패했던 실험 보고서도 신경 써서 썼다. 두 학생은 "주변 학생들의 표정을 봐도 문제가 쉬워 보였어요. 나침반으로 각도를 잰 것에서 점수를 많이 받은 것 같아요"라며 자체분석했다.

◆대구 대회서 탈락 아픔도

이들은 최우수상을 받기 전 탈락의 쓴맛도 봤다. 대구 대회에 출전했을 때 보고서 작성을 제대로 하지 못해 3위에 그쳤다. 실험보고서 작성 부분을 너무 가볍게 여겼던 결과였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이들의 편이었다. 대구 대표 2개팀 가운데 한 팀이 사정상 기권을 하면서 전국대회 출전권을 넘겨 받은 것. 그러나 이 통보를 받은 것은 대회를 1개월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 기말고사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쓰기도 힘든 시기였다.

마음이 바쁜 상황. 김군과 장군은 시험이 끝난 직후 오전 수업을 마치고는 대구교육과학연구원에서 대회 준비를 했다. 하루 3, 4시간은 기본. 주말에는 무려 6시간 이상 강행군을 했다. 실험 결과 오류로 몇 번이나 반복한 적도 있고, 보고서 작성에만 2시간 이상을 매달리기도 했다. 더위와 스트레스에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너무 피곤했어요. '내일 가지 말까'라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지칠 때마다 장군은 만화책으로, 김군은 수면과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이겨 나갔다.

힘들게 준비한 만큼 얻은 것도 많다. 장군은 "실험보고서를 쓰며 과학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써 본 경험이 없어 대회에서 완료조차 못했지만 전국대회에선 달랐다. 김군은 "이전까지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실험을 원없이 해본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래서 "피곤함에도 항상 즐겁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들을 지도한 조경숙(45) 교사는 "올해 고3 담임을 맡으면서 학생들을 일일이 못 챙겨줬다. 밤 11시에 하교해 학원까지 다니며 대회 준비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스스로 격려하며 불만없이 따라준 두 학생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과학에 대한 관심

김군과 장군 모두 과학에 대한 관심은 어릴 적부터 유별났다. 김군은 책을 읽을 때는 꼭 과학책만 골라 읽었다고 했다. 김군은 "부모님이 '다른 책도 골고루 읽어야 하지 않느냐'며 걱정까지 하셨다"고 했다. TV에서 하는 과학다큐멘터리도 놓치지 않았다. 중학생 때는 동부교육청에서 진행하는 과학영재캠프에도 참가했다. 장군도 TV에서 하는 과학실험 프로그램을 녹화해 빠지지 않고 시청할 정도로 '과학 마니아'였다. 장군은 "생물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꿈은 각각 의사와 한의사. 김군은 서울대 의대 진학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3 때 생물학에 대한 책을 일던 중 질병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의사인 아버지의 영향도 있다. 장군은 한의사가 된다는 꿈을 안고 경희대 한의예과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한자 공부도 좋아하는데 딱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자신들처럼 대회 참가를 생각하고 있는 후배에게 조언을 잊지 않았다. 장군은 "고1 과정만 나온다고 그것만 공부할 것이 아니라 고3 과정까지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김군은 실험 보고서 작성 훈련에 중점을 둘 것을 권했다. "보고서는 손으로 직접 써봐야 해요.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지'라며 생각만 하다가는 막상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김군은 또 "간단한 실험이라도 보고서 작성에는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며 정해진 시간에 작성할 수 있는 요령을 익혀둘 것을 당부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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