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영석의 그림은 쉽사리 주제를 파악할 수 없다. 마치 '알 수 없어요'라는 제목처럼. 바탕에는 붉은색 또는 푸른색 테이프가 빼곡하게 붙어있다. 마치 고공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위성 사진처럼 느껴진다. 조금의 여백이라도 있을라치면 검게 채색돼 있다. 무언가 이야기를 들려줄 듯하지만 껍질이 단단하다. 그 속에서 쐐기처럼 드러난 여백은 숨 쉴 공간이자, 껍질의 아래에 숨겨진 이면의 모습이다. 작가가 정성스레 붙여놓은 바탕의 색 테이프 대신 속살을 드러낸 듯한 여백에 눈길이 꽂히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리인가.
계명대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작가 이영석은 그간 인간 본성과 죽음을 사색하고,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 왔다. 그 매개체는 한지에 수묵으로 그어진 굵은 선과 여백을 통해 만들어진 기하학적 문양. 하지만 지난해부터 작가의 작업이 바뀌기 시작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학생들이 벽에 색종이로 낙서를 해 놨는데 그 날카롭고 명쾌한 색조가 눈에 확 들어왔다. 수묵을 위주로 하는 나의 작업이 시들해지면 가끔 담채를 써보기도 하였으나 색 테이프의 강렬함을 보는 순간 '저걸 써봐'하는 생각이 들었다. 색 테이프를 기존의 수묵 위에 오려 붙이니 재미가 쏠쏠하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번 작업들이다.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기분이 들었고 보기에 좋았다."
덧붙여서 작가는 "이제 나보고 '이게 뭐냐'고 묻지 마라. 나도 모르니까. 그냥 '보기에 좋았다.' 딱 그것이다. 그 분이 오신 것일까?"라고 했다. 작가 이영석의 스무번째 개인전은 25일부터 9월 6일까지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다. 053)666-3266.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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