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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 「얼굴이 얼굴을 빠져나간다」/ 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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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벼랑인데 얼굴에서 얼굴이 빠져나가 얼굴은 비명인데 빠져나가는 얼굴은 얼굴에 그대로 있어 붙잡는 목소리를 흐느끼는 손을 얼굴은 알았겠지 목소리는 손은 물컹한데 스밀 수 없었던 것은 얼굴이 차마 닿지 못했기 때문이야 얼굴을 빠져나가는 동안 얼굴은 내내 뜨거웠을 거야 캄캄했을 거야 소용돌이였을 거야 아무 기척도 들리지 않는 1초가 계속되었을 거야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른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새처럼 얼굴은 그렇게 얼굴을 빠져나갔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내가 얼굴 안에서 울 수 있겠니

두 개의 얼굴이 있다. 얼굴의 외면과 내면이다. 외면은 얼굴을 떠나려는 자아이고, 내면은 얼굴에 남아서 떠나는 얼굴을 기억하는 자아이다. 그 둘은 같이 다니기도 하지만 따로 다니기도 한다. 얼굴의 마음은 떠나는 얼굴의 몸을 바라본다. 떠나는 얼굴은 벼랑이고, 남은 얼굴은 비명이다. 이 얼굴의 육체성에 빗댈만한 것을 찾다가, 사물의 안팎을 찾다가, 내 얼굴을 만진다. 살갗 아래 끔찍한 기호인 해골이 만져진다.

그러니까 지금 무언가 얼굴의 형태로 내 얼굴에서 빠져나갔다. 남은 자의 슬픔은 울음으로 표시된다. 얼굴에서 빠져나간, 얼굴의 외양은 비극적 처리가 되어 있다. 비극을 남겨두고 떠나간 저 얼굴은 카피되어 남겨진 얼굴에 고스란히 복사되었다. 얼굴이 떠나자 얼굴이 도착했지만 같은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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