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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런 性 상담] 말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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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정력을 과시하면서 떠벌이는 화젯거리 중 가장 많은 것은 성교 횟수와 얼마나 오랫동안 자유자재로 섹스를 하느냐 하는 '러닝타임'이다. 축구 전반전을 뛸 만큼의 지구력과 조절력을 자랑하는 친구 앞에서 스스로 '정력이 약한가', '섹스에 관심이 원래 없어서인가', '파트너 탓인가' 등 여러 가지 원인을 떠올리며 주눅 들기 마련이다. 중년에 들어서면서도 여전한 성욕과 횟수를 유지한다면 심신이 모두 건강한 지표로 삼을 만하다. 실제로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 성인병이 없는 중년기 남성이 훨씬 더 잦은 섹스와 남성미를 자랑하고 있다.

남성에게서의 발기력은 그래서 젊음과 건강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10년 전 발기부전을 호소하는 중년기 남성에게 희소식을 안겨주었던 비아그라가 고개 숙인 남성을 '빳빳한' 남성으로 만들어 주었다. 질병 치료와는 다른 차원에서 소위 '행복을 주는 약'(happy drug)이라는 용어가 나올 만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제 또 하나의 행복 약이 곧 발매될 예정이다.

발기부전 외 또 다른 많은 성기능 장애 고민 중에는 조루증이 있다. 음경을 질내에 삽입하자마자 또는 삽입하기도 전에 사정하는 사람이다. 발기부전과는 달리 첫 성교 때부터 경험하기 시작해 심리적으로 약해지거나 테크닉이 부족하면 20대부터 계속 지속되는 증상이다. 조루는 발기중추와 사정중추의 협동작용이 잘 되지 않아서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조루는 통에 물을 다 채우기도 전에 흘리는 것과 같다. 인류의 원시생활 때부터 있어온 성습관이라 볼 수 있다. 원숭이 같은 유인원 집단을 보면 섹스 중에도 좌우를 살피며 경계를 놓치지 않는다. 집단의 우두머리에게 들킬까봐 아니면 다른 수놈에게 공격을 받지 않을까 하면서 한시라도 빨리 끝내려고 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빨리 사정해야하는 본능 때문에 조루가 생겼을 것으로 본다. 어쨌든 조루증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모든 남성의 30~50%가 가지고 있다. 파트너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한국 남성이 타성에 젖어 대부분 성생활에서 문제가 없다는 듯이 잘 지내고 있다. 쉽게 말해 조루는 성기능 장애로 가는 길의 중간 지점에 있는 것으로 가벼운 성장애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에 대한 치료라고는 대충 약국이나 성인숍에서 구하는 국소마취제 연고나 스프레이를 귀두에 바르거나 뿌리면서 여자의 질도 마비가 돼 성교감이 떨어지는 것도 감수하면서 사용해 왔다. 그런데 그 수요가 엄청나다는 것이 또한 놀랄 일이다. 또 하나의 행복 약이란 바로 먹는 비아그라처럼 필요할 때 관계 1, 2시간 전에 복용하면 3, 4배의 사정지연 효과가 있다는 '프릴리지'(상품명)라는 약이다. 9월부터 국내에서도 발매된다. '한 번 조루는 영원한 조루'라고 놀리기도 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속설을 깨고 남모르는 고민을 덜게 됐다.

박철희(계명대 동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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