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 「올림푸스 세탁소」/ 최치언

이 마을 가장 높은 곳엔 세탁소가 있다.

바지단을 줄인 듯 껑충한 머리의 주인장은

지붕 위에서 함석을 기우고 있다.

코끼리 궁둥이만한 느린 구름장이

세탁소 지붕 위에 도달할 쯤

주인장은 망치와 못을 들어 함석을 박는다.

망치가 한번씩 내려쳐질 때마다

미싱 밟는 아내의 머리 위로 실밥이 날린다.

누룽지 같은 곰보의 얼굴이

거울 속에서 수줍게 실밥을 털어낸다.

이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엔 올림푸스 세탁소가 있다.

종일 천둥처럼 망치를 내려치는 사내가 있고

때묻은 옷더미 속에서 바늘대로 꼿꼿이 말라가는

그의 여자가 있다.

오늘도 비는 내리지 않고

저녁 안개가 흰 빨래처럼 펄럭거릴 쯤

주인장은 지붕 위에서 내려온다.

풀어진 세제 속에 붉게 달아오른 두 손을 담그고

여자는 하루종일 바람을 맞은

그의 구겨진 마음을 다림질한다.

등장인물 두 사람의 따뜻한 무언극이다. 주인장과 그의 아내가 있다. 세탁소가 배경이다. 주인은 지붕을 고치고 아내는 미싱을 돌린다. 가난한 산1번지 동네의 세탁소 풍경은 그 속에 신화의 색채를 삽입한 시인에 의해 생의 싱싱한 원시성이 가득 넘치고 있다. 게다가 세탁소 부부의 다정다감이라니! 우리의 지루하고 힘들고 권태로운 삶의 신산 속에도 다정다감과 신화가 조금이나마 깃들고 있지 않을까. 삶을 치유하는 특별한 마법의 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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