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에노공원에는 우스꽝스런 동상 하나가 있다. 잠옷 같은 유카타를 입은 배 나온 남자가 개를 끌고 서 있는 모습이다. 엉뚱하게도 그가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2003년작'탐 크루즈 주연)의 실제 모델인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1828~1877)다.
사쓰마번(규슈 가고시마현) 하급무사의 아들로 태어나 막부 타도에 나섰다. 1868년 메이지 유신 때 정부군을 지휘, 막부군을 깨트려 최고 공신이 됐다. 재미있는 것은 '무사의 전형'이라는 그가 칼을 장식품으로 찼다는 점이다. 어릴 때 어깨 근육을 다쳐 검술을 포기하고 씨름(스모)을 했다.
메이지 유신 후 육군대장 겸 근위도독으로 빈둥거리다 한반도를 침략하자는 정한론(征韓論)을 폈다. 전쟁을 통해 무사정신을 회복하자는 주장이었다. 내각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자 그를 따르는 후배들과 사쓰마로 낙향했다.
3년 뒤 '무사계급 철폐'를 단행한 정부 조치에 반발한 후배들에게 떠밀려 반란군 대장으로 옹립됐다. 세이난(西南)전쟁이었다. 1877년 오늘, 신식무기를 앞세운 정부군에 포위돼 크게 다친 후 할복했다. 불행한 최후로 인해 '마지막 무사'라 불리지만 우리에겐 또 다른 '전쟁꾼'으로 보일 뿐이다. 박병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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