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빛의 바다 영일만

소설가 김훈은 '자전거여행'에서 영일만을 '빛의 바다'라고 했다. '햇빛은 밝고 달빛은 깊고 바람은 맑다. 모든 새벽들은 개벽처럼 이 바다에 찾아온다. 서기 158년에 신라 임금이 이 바닷가 마을에서 인간 세상에 빛을 맞아들이는 제사를 지냈다. 그때 사라졌던 빛이 인간 세상으로 돌아왔다. 빛을 받아들이는 바다를 영일(迎日)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래서 새 천년의 바다가 영일만이다'고 소개했다.

그런 영일만이 웅비하고 있다. 동해안의 조그만 항구였던 이곳이 세계적인 철강도시로 성장한 지 40년 만에 다시 환동해 물류거점도시로 새로운 용틀임을 하고 있다. 여기다 포스텍의 두뇌에 방사광가속기가 결부되고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첨단산업도시로 변신을 시도한다. 포항이 시로 올라선 지 60년 만에 이뤄낸 눈부신 발전들이다.

이 중심에 포스코가 있다. 인류 문명이 철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해왔듯이 포스코는 한국 경제 성장 역사를 써왔다. 1968년 자본 기술 경험 자원이 없는 백지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40년 만에 세계 2위의 제철업체로 발돋움했다. 기술력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포스코가 포항 경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만 포스코만으로 포항이 살 수는 없는 일. 그래서 나온 것이 물류거점도시 프로젝트이고 그 결실이 지난주 있었다. 개항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영일만항이 개장되면서 진정한 동해안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영일만에 최첨단 항만이 들어서면 포항은 이제 대구 경북의 물류뿐만 아니라 전국의 물류를 온 세계에 내보낼 수 있게 된다.

영일만항이 제 기능을 하려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길이 2.6㎞에 이르는 영일만항 남방파제 건설, 3.1㎞의 북방파제 보강공사, 영일만 배후단지에 자유무역지구(70만㎡) 조성이 뒤따라야 한다. 원활한 물동량 수송을 위해 포항 괴동역~영일만항(길이 11㎞)을 잇는 철도 인입선 개설도 필요하다.

물류거점도시에다가 경제자유구역, 테크노밸리,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동빈내항 복원사업 등 5대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포항은 85만 명이 거주하는 거대 도시가 된다. 남서해안 개발 정책에 치여 숨 쉬기조차 힘들었던 동해안에 비로소 개벽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대구경북의 새로운 엔진인 영일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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