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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밤의 피치카토/박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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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한 점쟁이가 자신의 손가락 하나를 잘라 문지방에

다 붙여주었다

장밋빛 손가락은 체온도 활기도 없는

내 소지품들 속에섞여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친구가 찾아와 그 손가락을 가리켜 이르길

더러운 샘은 왜 파놓았느냐

그러나 내 더운 피를 다 빨아먹고 생긴 더러운 샘이니

지진같은 굉음의 푸른 줄기 하나는 보아야지

좋은 시란 좋은 느낌의 시이다. 분석되지 않는, 굳이 분석할 필요 없는, 곧장 다가와 입말로 중얼거려지는 시라면 좋은 시이다. 박판식의 「밤의 피치카토」는 그러한 의미에서 입말로 중얼거려지는 가편이다. 여기에 덧붙일 해석도 입말이어야겠다.

내 문지방에 느닷없이 걸린 점쟁이의 손가락이 시의 시작이다. 즉 시라는 환상이 시작한 것이다. 그 손가락은 내 무기력한 삶 속에서 생명의 원천처럼 보인다. 손가락은 샘이기도 하고 밤의 피치카토이다. 그것은 현을 탄주하는 음악이면서 더러운 샘의 원천이면서 굉음의 푸른 줄기이면서, 그 모든 것이면서 그 모든 현실이 뒤섞인 환상이다. 환상이니까 환청처럼 들린 밤의 피치카토란 기악곡도 들리겠다. 활의 마찰음이 가득찬 생의 더러운 샘까지 오는데 론도라는 형식은 필요없을까. 「밤의 피치카토」란 표제시가 있는 박판식의 시집을 다 읽게 되면 손가락이라는 바로크 형식도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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