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구는 문화의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중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가고 있는 중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보수성이 짙은 대구는 작품의 질이나 내용보다 이름을 대면 알만큼 유명하지 않으면 그 예술을 공유하지 않으려는 도시 중 하나다. 패기 있고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접하기가 좀처럼 쉽지는 않다. 공모전에서조차 젊은 작가들의 실험정신은 빛을 보기 힘들다. 모든 심사위원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종종 누구의 제자이며 어느 학교 출신인가가 더 중요시되기도 한다. 어느 뮤지컬이 전국 순회공연을 하면서 다른 도시들은 흥행 성적이 별로였는데도, 대구에서는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전회 매진을 기록한 적이 있다. 대구는 예술문화에 대한 열의는 높지만 그것이 편중되었다는 게 큰 문제인 듯 싶다.
지난해 영국 에딘버러에서 펼쳐진 프린지 페스티벌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대구시립극단, 무용단과 더불어 한국 팀만 13개 팀이 참여하고 전세계 2천개 팀이 참여한 축제에서 필자가 받은 감동은 관객들의 열기였다. 우리로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공연이 펼쳐지는데, 관객이 꾸준하게 있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에딘버러 시민들의 참여도가 돋보였다. 반면 지난 여름 대구에서 처음으로 열린 한 클래식 페스티벌에서 전체 일정 등록자 중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서울 등 외지 사람은 있어도 대구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대구에는 갤러리가 밀집한 봉산문화거리나 대구문화예술회관, 각 구의 문화회관 등 1년 내내 예술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 많다. 하지만 좋은 작품임에도 유명하지 않아서 관객의 외면을 받는 것이 부지기수이다. 대구를 제대로 된 문화의 도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문화 예술분야 종사자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관객인 대구시민의 몫이 더 중요하다.
대구에서 생산되는 많은 작품들을 대구 사람들이 아껴주고 공유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민들과 함께 예술을 공유할 수 있는 진정한 문화예술가들의 등장과 우리 시민들이 예술가들과 문화를 공유할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나 잘하느냐를 두고 볼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해서 격려하고 아껴주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래야만 대구가 제대로 된 문화의 도시가 될 것이다.
변해야 한다. 물론 일반 시민들이 먼저 변하는 것은 어렵다. 대구의 정책을 이끌어가는 분들이나 각계 지도자들, 언론 등 지역을 선도해 나가는 분야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대구가 참다운 문화의 도시가 될 수 있다.
장창관(전 대구예술대 방송연예과 교수·상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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