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는 청색의 도시다. 바다, 산, 하늘도 온통 푸른빛이다. 1502년 포르투갈 탐험대가 이 땅을 처음 밟고는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잃었다. 쪽빛 바다를 휘감은 하얀 모래사장, 푸르름으로 가득한 산, 별처럼 촘촘히 박힌 수백 개의 섬… 하늘의 축복처럼 느껴질 만한 아름다움이었다. 이들은 나름대로 멋지게 이름을 짓는답시고 '리우 데 자네이루'로 했다. '1월의 강'이라는 뜻이다. 실제로는 양쪽이 막힌 과나바라만(Guanabara灣)을 강으로 착각해 잘못 붙인 이름이다.
아름다운 자연이 전부라면 얼마나 좋을까. 리우는 극단으로 양면적 이미지를 가진 곳이다. 축구, 삼바, 보사노바, 해변이 밝은 면이라면 범죄, 슬럼가, 빈부 격차는 어두운 면이다. 아직도 리우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노상범죄의 표적이 되기 일쑤다. 여행객들은 대낮에도 카메라를 갖고 다니거나 귀금속을 착용하고 외출할 때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500여 개에 달하는 슬럼가를 구경하려면 아예 목숨을 걸어야 할 판이다. 마피아가 지배하는 슬럼가에서는 심심찮게 경찰과 총격전이 벌어진다.
리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도시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증폭시켰다. '시티 오브 갓'(City of God'2002년 작)은 1960, 70년대 리우 슬럼가를 배경으로 한 갱스터무비다. 5, 6세 아이들이 버젓이 마약을 팔고 총질을 하는 장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신의 도시에는 신이 없었다'는 말이 연상될 만한 영화였다. 중앙역(Central Station'1999년 작)은 리우 중앙역을 배경으로 아버지를 찾아나선 소년과 노처녀의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감명 깊게 그린 로드 무비다. 영화의 마지막 순간, 주인공들은 성냥갑처럼 집들이 다닥다닥 늘어서 있는 슬럼가에 도착했다. 버스의 종점이었다. 버스 차장의 마지막 말이 진한 여운을 남겼다. "이곳을 벗어나려면 내일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여기가 세상의 끝이니까요."
리우가 3일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매우 특별하고 비범한 올림픽을 열 것"이라며 리우에 대한 대규모 투자'환경 정비를 약속했다. 리우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밝고 깨끗한 모습으로 거듭날 날이 그리 머지않은 것 같다.
박병선 논설위원 lala@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