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없고 삶의 생기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바다로 향한다. 그곳에서 펄떡펄떡 뛰는 생명들을 보고, 먹으며 생기를 회복한다. 바다까지 갈 시간과 여유가 없다면 봉덕시장 근처 복개천도로 대림회초밥(053-474-7177)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대림회초밥 김금불(50) 사장은 제철 횟감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봄에는 도다리, 쭈꾸미불고기, 맛조개구이가, 여름에는 갯장어, 가을은 전어회'구이, 낙지연포탕, 생새우, 겨울에는 밀치(참숭어)와 대게회'찜이 주 메뉴다.
손님들은 천편일률적인 메뉴 대신 김 사장이 권해주는 제철 메뉴를 먹는다. 가을인 요즘 적혀있는 메뉴는 꽃게장찜과 생새우 회'구이, 세발낙지다. 꽃게장찜은 김 사장이 직접 개발한 요리. "경상도 사람들은 비린 맛 때문에 간장게장을 먹지 않는 분이 많아요. 비린 맛을 없애기 위해 개발한 메뉴입니다." 산지에서 3시간만에 도착한 꽃게를 찐 후 만들어놓은 간장게장 소스에 끓여 하루 이틀 숙성시킨다. 이 때 간장게장 소스는 김 사장이 자신만의 비법으로 개발한 것이다.
미리 주문하면 자연산 민어회를 먹을 수 있다. 김 사장은 "자연산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우리 집이 유일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민어는 전라도 무안에서 목포, 광주를 거쳐 고속버스로 운송해야 한다. 신선도 때문에 대구까지 공수에 어려움이 있다. 민어요리의 핵심은 부속물. 버리는 것이 없는 민어는 민어전은 물론이고 민어알 간장조림, 민어 껍질조림, 부레까지 완벽하게 나와야 민어의 참맛을 맛봤다고 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오래 전부터 전국 유명 맛집을 다니며 음식을 먹어보고 레시피를 기록해두는 것이 습관이 됐다. 그 내공이 쌓이면서 차츰 자신만의 레시피를 개발하게 됐다.
김 사장 본적은 대구이지만 전남 순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다. 결혼 전 아르바이트로 호텔 일식부 레스토랑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요리에 문리가 트이기 시작했다. 어깨너머로 요리를 배우자 일본인 사부는 그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었다. 사실 어머니가 전남 순천에서 큰 식당을 운영, 맛에 대한 경험이 풍무하고 민감하며 까탈스러울 수밖에 없다.
맛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니 손님들에게도 당당하다. 가끔은 '불친절하다'는 말을 듣기도 할 정도다.
요즘은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폭발적으로 많아졌다. 중장년층 단골들은 "나만이 아는 맛집"이라며 쉬쉬했지만 블로거들은 정보를 퍼나르기 바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꽤나 알려졌다. 서울에서까지 일부러 찾아올 정도다.
김 사장은 음식맛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또 다른 장르에서 명물로 통한다. 매일 오후 9시만 되면 횟집에서 라이브로 노래 세 곡을 부른다. 가수의 꿈을 접고 생업을 위해 횟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수에 대한 꿈은 유효하다.
젊은 시절, 통기타 가수를 하기 위해 대구로 왔다. 당시에는 음악감상실 겸 레스토랑이 많았다. "그 때는 제가 F4쯤 됐죠. 인기가 많았는데, 아내도 그 때 만났어요."
본격적으로 횟집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 25년 전. 15년 전에 봉덕시장에 터를 잡았다.
나중에 나이들어서 음악으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놓지 않고 있다.
"음식이 맛있고 정확하니 저는 당당합니다." 손님들에게 완전히 공개된 주방과 당당한 그의 태도에서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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