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벼랑끝 탈출 SK, 7차전서 챔프 가리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 SK 토털야구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절체절명의 순간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2승3패로 벼랑에 몰렸던 SK는 23일 KIA와 한국시리즈 6차전을 3대2로 이겨 승부를 최종 7차전으로 몰고 갔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2패 후 4연승,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2패 후 3연승을 달리며 단기전에서 뒤집기의 새 역사를 썼던 SK는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도 2패 후 2연승을 거두고 오뚝이처럼 일어서며 끈질기게 KIA를 압박했다.

불리한 처지를 유리한 상황으로 뒤엎는데 SK만한 재주를 지닌 팀도 없다. 에이스 김광현을 비롯해 불펜의 핵 전병두, 안방마님 박경완을 부상으로 잃었고 김성근 감독이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5차전에서 퇴장까지 당하는 악재가 끊이지 않았지만 SK는 이를 호재로 바꿀 줄 아는 비결을 알고 있었고 도리어 투타 베스트 전력으로 맞선 KIA를 더욱 주눅이 들게 했다.

1차전과 5차전 등 결정적인 찬스에서 번트 실패가 속출해 애간장을 녹였지만 이날은 장기인 번트를 100% 성공해 득점의 발판을 놓았다. 1대0으로 앞선 3회말 선두 박재상이 우중간 2루타로 출루하자 정근우는 초구에 투수 앞 번트를 성공했다. 박정권도 욕심을 버리고 몸쪽에 박힌 초구를 가볍게 휘둘러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렸다. 2대0이던 4회 무사 1루에서도 나주환은 초구에 보내기 번트에 실패했지만 2구째에 침착하게 투수 앞에 번트를 굴렸고 주자는 2루에 안착했다.

주도권을 잡자 투수들도 힘을 냈다. 오른쪽 어깨가 아파 60개만 던지도록 한 송은범은 5이닝을 4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12승을 거둔 투수다운 경기 운영 능력을 뽐냈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승호는 나오자마자 내야 안타를 내주고 이용규에게 볼 카운트 0대3으로 몰려 위기를 자초하는 듯했으나 뛰어난 집중력을 앞세워 위력적인 직구를 잇달아 뿌려 이용규를 유격수 땅볼로 요리하면서 고비를 넘겼다.

2대3으로 쫓긴 8회초 2사 1, 3루에서 구원 나온 포스트시즌의 사나이 채병용의 배짱넘친 투구도 인상적이었다. 채병용은 이날 하이라이트였던 김상현과 대결에서 시속 140㎞ 짜리 묵직한 직구를 잇달아 뿌려 김상현의 방망이를 묶은 뒤 바깥쪽 변화구를 던져 2루 땅볼로 잡아내면서 한숨을 돌렸다.

위기에서 더 즐길 줄 아는 SK 선수들의 강심장이 가을 잔치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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