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소녀, 슈퍼모델을 거머쥐다…2009 대상 김혜진

역대 최연소, 경북여고 2년생

김혜진양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인근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혜진양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인근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했다.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한 김혜진양.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한 김혜진양.

'1992년 11월생, 키 178.4㎝'. 올해 슈퍼모델 대상을 수상한 역대 최연소, 여고생 김혜진(17·경북여고 2년)양. 미성년자였지만 당당한 매력을 갖고 있었다. 힐 구두를 신으니 키는 180㎝정도의 남자는 내려다볼 정도.

'큰 키에서 나오는 당당함과 어린 나이에서 오는 당돌함'이 자신의 매력으로 꼽았다. 실제 그랬다. 그 누구도 '낭랑 18세'보다도 1세 더 어린 17세로 보기 어려울 것 같았다. 얼굴에 아직 앳된 표정이 남아있지만 이미 슈퍼모델로 사회생활에 첫발을 디딘 만큼 본인 역시 그 누구에게도 기대거나 어리광을 부릴 자세를 버렸다. 오직 당당한 슈퍼모델로 홀로서기가 있을 뿐이다.

내년에는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슈퍼모델 대회에 출전한다. 이를 위해 그는 워킹연습과 체형관리를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 또 슈퍼모델답게 예능감을 살리기 위해 SBS TV 프로그램인 '육감대결', '도전 1000곡' 등에도 출연하고 있다. 2007, 2008년 슈퍼모델 대상 수상자들이 이 세계대회에서도 1위와 2위를 차지해 혜진양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주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4일 동안 학교에서 중간고사를 치르고 다시 서울로 올라온 그를 4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인근에서 만났다. 지하철 혜화역에서 나왔는데 한눈에 혜진양이 들어왔다. 앞으로 대구가 낳은 미녀 탤런트 겸 영화배우 손예진, 미스코리아 겸 탤런트 손태영 못지 않은 톱스타 김혜진의 탄생을 기대하며 그의 내면을 살짝 들여다봤다.

◆"키가 너무 커 고민이에요"

태어날 때는 보통 아기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180㎝, 어머니가 168㎝로 유전적으로 아주 이상적인 키였기에 그 딸 역시 무럭무럭 자라지 않을 수 없었을 터. 혜진양은 키가 큰 편이었으며 중학교 3학년 때 이미 173㎝까지 커 버렸다. 중2에서 중3으로 올라갈 때 무려 15㎝나 컸다고 한다.

현재 정확한 키는 '178.4㎝'. 사실 더 커질까 두렵다. 지금도 가공할 만한 신장인데 180㎝가 넘는다는 것은 아직 적당한 아담사이즈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선 큰 부담이다. 그는 여담이지만 "나중에 남자친구를 선택할 때도 키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키로만 보면 사실 영화배우 정우성(188㎝) 정도의 키는 되어야 혜진양과 잘 어울릴 듯했다.

"지금 고2인데 고3 때까지는 키가 더 자랄 것 같아요. 그래도 딱 1㎝ 이내로 커서 지금 키를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큰 키에 늘씬한 몸매로 어릴 때부터 주변 시선을 받은 것도 사실. 처음엔 '왜 나를 이렇게 크게 만들었냐'며 부모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이젠 이런 시선에 대한 부담을 '유쾌한 즐거움'으로 바꿨다. '이왕 다른 사람들이 나를 봐 줄거면 더 좋은 시선으로 사로잡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 무대에서의 자신감도 이런 태도에서 읽혀진다.

혜진양은 "요즘은 주변에서 소근소근대거나 쳐다봐주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진다"며 "다들 절 보면서 아름답다고 여기고 즐거워할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저도 돈 버는 당당한 사회인'

혜진양은 17세의 어린 나이지만 이번 슈퍼모델 대상으로 1천500만원, 스킨푸드상 700만원까지 합해 2천2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고2에겐 적지 않은 돈이다. 이젠 또 방송 출연료나 사진 모델료까지 받는다. 아버지가 생활비를 보내주긴 하지만 스스로 경제력이 생겨버렸다. 기자가 농담 삼아 '그럼 혜진씨가 점심을 사주세요'라고 하자, "아직은 제가 안 사요. 사주세요"라고 새침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들어가는 돈도 만만찮다. 피트니스 센터도 좋은 곳에 가야 할 뿐더러 이젠 스타덤에 올라 대중교통도 이용하기 힘들다. 한 번씩 미용실이나 마사지실을 이용하는 것도 솔찮이 비용이 든다. 혜진양은 "제 친구들은 이제 풋풋한 여고생인데 전 너무 일찍 사회 물을 먹는 것 같아 다소 두렵기도 하지만 더 넓은 세계로의 도약을 즐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혜진양은 슈퍼모델이 된 이후 학교로 돌아가니 친구들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친구들이 혜진양을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며 말조차 걸지 못했다고 했다. 가장 친했던 친구조차 그런 말을 하니 다른 친구들은 그럴 만도 했을 터.

하지만 이미 학교에서조차 혜진양을 슈퍼모델을 주최했던 SBS방송국에 관리를 해주도록 맡겨버렸기 때문에 시험기간 때가 아니면 혜진양은 학교에서조차 보기 힘들다. 졸업 때까지도 모교에선 슈퍼모델로 활동하도록 특별배려를 해줘야 할 입장이다.

◆혜진양과의 시시콜콜 문답

-대상까지 예상했나요.

"아니요. 전혀. 사실 제가 나이가 제일 어린데다 언니들이 잘 챙겨줘서 좋았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앞으로 슈퍼모델로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대상을 준 것 같아요. 물론 제가 매력적이기도 하지요.(하하)"

-실제 준비기간은.

"몇 개월 밖에 안 되죠. 많이 준비한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전 그렇게 치밀하게 계획해서 출전한 것 아니었어요. 1차 심사에서도 떨어진 줄 알고 낙담했다 합격자 명단을 한번 더 살펴보니 제 이름이 마지막 부분에 있었어요. 날아갈 듯 너무 기뻤어요."

-발레를 10년 했는데 수상경력은.

"중 3때 대구의 모 대학에서 주최한 발레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전국대회에서는 큰 상을 받지 못했어요. 잘하는 편이었지만 발레리나로서 대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어요."

-슈퍼모델이 돼서 바뀐 점이 있다면.

"시간관리가 철저해요. 오늘도 인터뷰 1시간 전에 도착해서 커피를 한잔 하면서 기다렸어요. 항상 남들보다 30분 먼저 움직이죠. 실제 슈퍼모델 대회 때 지각은 0.5점, 결석은 1점이 감점됐기 때문에 더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재치가 있는 편인가요.

"아버지가 호방한 성격으로 남들과 잘 어울리는 편인데 저도 그런 성격을 물려받은 것 같아요. 아직은 재치넘치는 입담이나 유머를 하진 못해도 앞으로 서서히 제 진가를 보여줄 거예요."

-노래를 잘 못하는 것 같은데.

"네! 네!, 기자님은 다 잘할 수 있나요.(눈 부릅뜨고), 구성지게 노래를 못하고 고음처리에 약하지만 노력 많이 하고 있어요. 안그래도 방송인 이휘재씨가 노래 못한다고 '쫑크'를 줘서 기분이 상했는데…."

-18번은.

"이은미씨 '애인있어요'도 좋아하고요,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트로트인 '사랑의 배터리'도 곧잘 불러요."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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