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대청 교전, 남북한 모두가 패자이다

10일 서해의 대청도 인근에서 남북한 함정 간의 교전이 발생하였다. 남측은 인명 피해가 없었고, 북측은 약간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전의 직접적인 원인은 북측 경비정의 NLL 월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력충돌로까지의 상황 전개에 대해 남북한의 주장은 서로 다르다. 남측은 북측 경비정의 월선에 대해 퇴각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하였으나 북측이 응하지 않고 오히려 조준사격을 가해옴으로써 대응사격을 하였다고 주장한다. 북측은 영해상에서 정체불명의 목표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귀대하던 해군 경비정을 남측 함선집단이 뒤따르며 발포하였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남측 경비정들이 북측 경비정의 뒤통수를 쳤다는 것이다. 남측이 뒤통수를 쳤다면 과잉대응의 논란이 일 수 있고, 북측이 먼저 조준사격을 했다면 무력 침략의 논란에 봉착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전개는 동영상 자료로 판독이 가능하며, 남북한 모두 아직까지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청 교전의 의도에 대해서도 남북한의 주장은 상이하다. 남측 당국은 1척의 경비정이 월선한 것은 우발적일 수 있으나, 북측이 먼저 조준사격을 가해 온 것은 서해상에서의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북측은 남측의 반통일 보수세력과 군부호전광들이 한편으로는 남북대화와 협력의 분위기를 해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미대화를 앞두고 미국의 대북 적대감을 고취시켜 북미대화의 불가를 이끌어내려는 남측의 비열한 흉계가 깔려있다고 주장한다.

대청 교전의 발생 배경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우발적 충돌의 견해이다. 사전에 북한 군부의 성명이나 담화를 통한 긴장 고조의 예고가 없고, 최근 빈번한 월선이나 무력 시위가 없었다는 점, 1척의 경비정만 월선하였고, 교전 과정에서 후미에 남아있던 다른 북측 경비정들이 교전에 참여하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남북한 군부의 경직된 자세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계산된 심리전의 견해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그리고 조만간 개최될 북미대화를 감안하여 한반도의 불안정성과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북미 간 평화협정의 시급성을 알리면서 대남, 대미 압박을 위한 심리전의 의도가 담겨있다는 주장이다. 상황 시점에서 볼 때는 우발적 사건으로 보이나 사건 이후 며칠간의 전개를 보면 심리전이 담긴 북측의 의도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과잉대응을 한 남측의 의도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남북장성급회담이나 유엔사와 북한 판문점 대표 간의 합의를 통해 사건 진상을 조사'확인한다면 우발성과 의도성 여부는 쉽게 드러날 것이다.

대청 교전으로 인한 한반도의 상황은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과 북, 미국의 입장은 신중하다. 남측은 북측의 도발에 공식적으로 항의하면서도 교류협력을 지속시키고 있다. 상황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북측은 남측의 도발이라는 규정하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수사적 위협을 하고는 있지만, 해안포의 레이더를 가동시키거나 초계 비행과 같은 군사적 특이 동향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난 대상을 남측당국이 아닌 반통일 보수세력과 군부호전광으로 한정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향후 남북당국 간에는 더 이상의 자극적인 언행을 하지 말자는 간접적인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미국도 사건 시점에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결정을 북측에 통보하였다. 특히 대청 교전이 북미 대화에 결코 영향을 미치지 않음도 분명히 했다. 남북 간의 교전사건에 대해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남북한 군대는 대청 교전에서 나름대로의 임무를 수행했다. 군대는 제로섬 게임으로 승패를 가늠할 수 있다. 알려진 상황만을 따지면 남측의 대승, 북측의 대패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북측의 뒤통수에 남측이 총격을 가했다면 불명예는 오래 갈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대청 교전은 남북한 모두가 패자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남북 간의 제로섬 게임으로 승패를 재단할 수 없다. 예방적 안보가 중요하고 사건 이후에는 상황악화 방지와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이 중요하다. 남북당국은 더 이상 남북군대 상호 간에 총격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 지혜의 출발점은 당국 간의 소통이며, 소통이 빠를수록 제2, 제3의 대청 교전을 막을 수 있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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