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남교의 일본어 원류 산책-45] 살 토(土)가 '사토(さと, 里)'로

고향이 있다고 하는 것은 참 좋은 것이다. 멀리 떠나 살아도 늘 어릴 때 뛰놀던 고향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안과 휴식을 준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멀리 이국땅에 나가 살 때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는 노래가 있다. 그것은 여기에 적을 것도 없으나 그래도 한번 되뇌는 심정으로 써 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냇가엔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울적할 때도, 기쁠 때도, 그리울 때도, 무언가 답답할 때도, 이 노래를 부르면 가슴이 따스해지고 고향의 어리던 시절이 향기롭게 느껴져 온다.

왜 그럴까? 그것은 꿈 많던 어린 시절 살던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일동포들은 서러운 역사의 주인공이어서 그런지 조국에 대한 애착은 다른 이들보다 훨씬 크다. 명절마다 민단에 모여 춤추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눈물이 난다.

'살던 곳'은 '살던 땅(土)'을 말하며 이는 '살 토(土)'인데, 이 말이 변해서 일본어의 '사토(里)' 즉, '고향'이란 말이 된다. 고향을 등지고 멀리 떠나는 이들은 다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데, 이 '이유'는 일본어로 '와케'라고 한다. 이는 경상도 방언의 '와케, 와카노, 와해' 즉, '왜 그러니'가 변한 말이다.

고향에서 정답게 지내던 소꿉친구는 어느새 청춘이 되고, 언덕 위에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면서 날아가는 산새와 계곡의 물가의 추억을 더듬으며, 먼 훗날을 기약하고 '하늘가' 저 멀리로 서러운 님을 보내는데, 여기서 '하늘가'는 일본어로 '하루카(はるか)'가 되어, '아득히, 저 멀리'라는 뜻이다.

고향에 홀로 남은 그녀는 보고 싶은 심정을 달랠 길 없어 그리운 마음에 '조용히' 동산에 올라 님 가신 고갯마루를 향해 기원하는 날이 많아지고…. 여기서 '조용'이란 말은 '소요(そよ)'로 '조용히 움직이는 모습'을 말한다.

봄가을은 그렇게 흘러가고 그래도 그리워서 못 견딜 때에는 한 장의 편지에 마음을 전하는데, 일본에서는 여인들의 편지 끝말에 '가시코'(かしこ)라고 적는다. 여기서 '가시코'는 한국어의 '가시고'로, 오늘날 한국어로 하면 '잘 가시게'가 된다.

고대에는 "아라아라 가시고"라고 했는데, 이때 '아라'라는 말의 '아'는 '큰, 높은'이고, '라'는 '신, 당신'으로, 두 말을 합치면 '위대한 신, 크신 당신'이란 말이 되며, 따라서 '아라아라 가시코'(あらあらかしこ)는 '높으신 그대여, 잘 가시오' 또는 '위대한 신이 당신과 함께 가시기를'이란 의미가 된다. 이는 영어의 굿바이(Good bye)나, 갓 비 위드 유(God be with you) 즉 '신이 당신과 함께 하길'과 같은 의미로 쓰여졌던 것이다. 그런데'아라'(あら)라는 말은 지금도 일본여성들이 곧잘 쓰는 말인데, 가볍게 놀랐을 때 '아라!'라고 한다. 이 말은 '아, 가마사마'라는 뜻으로, 영어의 '마이 갓(my god)'과 같은 용도의 사용법이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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