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내 안의 망가지지 않은

시라이시 가즈후미 글/양윤옥 옮김/소담 출판사 펴냄

일본에서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종합 출판사 직원인 29세 청년 나오토. 하지만 그를 에워싼 주변은 절망과 허무로 가득 차 있다. 열심히 살려고 애쓰던 사장은 파산해 자살하고, 나오토와 같은 직장의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가 떠난 후에도 그저 살아가야 한다. 나오토 자신도 두살배기 때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 그에게는 어머니와 형을 잃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스무살 청년 라이타가 유일한 가족이다. 왜 이렇게 세상은 무자비한가.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도 의미가 있을까.

어느날 라이타는 허무를 이기지 못해 총리 암살이라는 극단적 범죄를 저지른다. 나오토는 그런 라이타의 모습에서 무자비한 세상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목적과 삶의 의미를 돌아본다. 이런 세상이지만 그래도 끝내 망가지지 않고 남는 부분은 무엇인가 하는.

작가는 톡톡 튀는 가벼운 소설이 주류인 일본 문단에서 '인생파 작가'로 불린다. 살아가는 의미와 목적은 그의 화두다.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작가가 된 지은이의 집안 내력이 재미있다. 그의 아버지는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동문, 쌍둥이 남동생은 게이오대학 정치경제학부 출신으로 모두 작가가 됐다. 일류대 출신 작가라는 점이 이채롭다. 360쪽, 1만1천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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