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종플루에 가계 허리 휜다

확진 검사비만 10여만원, 의료비 지출 급증…

"신종플루 확진 검사비, 독감백신 접종비, 진료비, 약값…. 의료비 지출에 허리가 휘겠습니다."

지난해 가족 의료비로 한푼도 쓰지 않았던 박모(48·대구 수성구 신매동)씨는 올해 신종플루 때문에 적잖은 돈을 써야 했다. 9월 말 고등학생인 아들(17)이 갑자기 발열 증상이 나 신종플루 거점병원을 찾으면서 열게 된 지갑은 닫힐 줄 몰랐다. 신종플루 확진 판정이 난 아들에게 지출된 진료비만 19만7천원(간이검사비 4만7천원, 확진검사비 15만원)이다. 확진판정 후 7만5천원은 되돌려 받았지만 12만2천원은 부담해야 했다. 혹시나 해서 박씨 부부도 간이검사를 받으면서 가족 3명이 이틀만에 지출한 '신종플루 의료비'는 21만6천원에 달했다.

정모(36·대구 달서구 용산동)씨도 늘어난 의료비 지출에 허리가 휘어질 지경이다. 가족 중 신종플루 고위험군이 2명 있고, 신종플루 백신접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독감백신 비용까지 부담한 것이다. 아버지(66)는 보건소에서 8천원을 주고 독감백신을 맞았지만 정씨와 부인, 어머니, 딸은 병원에서 각각 2만5천원씩을 주고 독감백신을 맞아야 했다. 가족 5명의 독감백신비로만 10만8천원을 썼다. 딸은 백신을 맞은 다음날 감기증세가 있어 병원에서 감기처방을 받느라 진료비와 약값으로 5천500원을 또다시 지출했다. 정씨는 "다행히 열이 내려 신종플루 검사는 받지 않았지만 온가족이 곧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할 생각이기 때문에 의료비를 더 지출해야 한다"고 했다.

신종플루 공포로 의료비 지출이 급증, 가정에 한숨소리가 나고 있다. 신종플루 확진검사를 하고 독감·폐렴백신 접종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의료비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서민들의 가장 큰 부담은 확진 검사비이다. 12만~15만원이 드는 신종플루 확진검사는 환자가 원해서 할 경우 보험처리가 되지 않고, 확진시 검진비 절반은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제약사들의 신종플루 백신 생산으로 독감백신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독감백신 비용이 지난해보다 5천원가량 오른 것도 가계에는 큰 부담이다. 게다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신종플루 백신접종이 이뤄질 경우 가계의 의료비 지출은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명목)은 281만8천334원으로 2분기에 비해 15만4천964원이 늘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만9천903원이 증가했다. 보건부문 지출은 3분기 14만4천803원으로 2분기 14만290원, 전년 같은 기간 12만8천870원을 뛰어넘었다. 이 중 의약품 지출액은 3분기 3만8천764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12.5% 상승,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외래 의료서비스 지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 3만2천631원, 2분기 3만5천997원보다 많은 3만8천862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달부터 신종플루가 본격 확산됨에 따라 4분기에도 가계지출 중 의료비지출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