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초단체장 누가 나오나…<6> 대구 북구·포항·안동시

공천장은 누구에게? 친이-친박, 고교, 문중간 기싸움 치열

대구 북구와 포항, 안동은 차기 선거와 관련해 파벌이 존재하는 지역이다. 북구의 경우 두 국회의원이 친이-친박으로 뚜렷하게 갈려 있다. 포항은 출신 고교를 중심으로 표의 응집 현상이 보인다. 안동은 문중 간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은데다 신·구 정치 권력 사이에도 미묘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이처럼 파벌 간의 치열한 물밑 경쟁이 공천 국면에서 어떻게 반영될지가 관심이다.

◆북구청장

이명규(북갑)·서상기(북을) 의원 간의 역학 관계가 공천에 가장 큰 변수다. 두 의원은 대구시당위원장직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전력이 있고, 같은 재선으로 경쟁 의식도 있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정치적으로도 친이-친박으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이 때문에 북구청장 공천을 두고 두 의원 간에 의견이 엇갈릴 경우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럴 경우 두 의원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두 사람 모두 "대리전은 말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서 의원의 거취도 북구청장 공천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 의원이 대구시장 경선에 뛰어들 경우 북구청장 공천에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반대로 대구시장 출마를 포기할 경우 공천 구도는 의외의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공천 주도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두 의원은 공천과 관련해 비교적 솔직하게 견해를 밝혔다. 이 의원은 "경쟁자가 있으면 경선을 할 것"이라며 "여론조사가 될지, 대의원 참여 경선을 할지는 상황을 봐 가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누구하고도 (공천과 관련해) 얘기해 본 적이 없다"며 "100% 마음을 비운 상태"라고 말했다. 두 의원의 말을 종합하면 완전 자율 경선으로 공천을 결정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종화 구청장은 3선을 노린다. 두 의원의 관계를 의식한 때문인지 정치와 무관한 행정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3공단 재정비시범사업 등 현안을 해결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공천은 경선이 아니라 무난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경훈 전 대구시의회 의장도 출마할 뜻을 밝혔다. 3선 구의원과 재선 시의원을 거친 경륜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북구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싶다"며 "내년 초쯤에 구체적인 의사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충환 대구시의원은 경선 참여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시의원 선거에는 출마할 생각이 없다"며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상기 의원이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할 경우 구청장보다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있다.

박병우 검단산업공단이사장도 출마할 의사를 밝혔다. 검단공단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등 나름대로 지역에 기여를 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4년 전 대구시장 경선에 출마한 서 의원을 도왔던 인연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서 의원은 "마음속에 특정인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포항시장

포항 시민들은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이런 배경에서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의중이 한나라당 포항시장 공천에 가장 중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출마 예상자들도 함부로 나서기보다는 '정중동' 움직임을 보이면서 '윗 선'의 생각을 읽는 데 더 치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선거에서 경선에 맞붙었던 박승호 포항시장, 공원식 경북도 정무부지사, 김순견 이상득 의원 정책특보 등 3명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박 시장은 포항고, 공 부지사와 김 특보는 포철공고 출신으로 뚜렷하게 구별된다. 박 시장은 포항고 출신으로는 최초로 선출직 포항시장에 당선됐고, 지난 선거에서 동문들은 그를 적극 지원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전히 동지상고 출신들이 지역 정계를 주름잡고 있지만 서서히 포항고 출신들이 지역 사회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일각에서 포철공고 출신인 공 부지사와 김 특보 간 후보 단일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출신 고교 간 신경전을 방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출신 고교가 경선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포항은 전통을 가진 여러 고등학교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경선에서 공 부지사를 누르고 공천을 거머쥔 박 시장은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으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영일만 신항과 800여만평의 산업단지 조성, 영일만대교 건설, KTX 포항 노선 신설 등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재선을 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천 결정 방식과 관련, "여론조사에서 1, 2위 간 지지율 격차가 많이 나면 경선 없이 심사로 결정했으면 좋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공 부지사와 김 특보는 당 경선이 실시될 것으로 기대하며 설욕을 벼르고 있다. 시의회 의장을 역임하는 등 30여년 동안 지역 정치계에서 활동해 온 공 부지사는 "대통령 고향인 포항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박 시장의 '반짝 행정'으로 호기를 놓치고 있다"며 박 시장에 날을 세웠다. 하지만 부지사로 기용해 준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지역구 두 의원의 의중을 타진한 뒤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북도의원을 두 차례 역임한 김 특보도 당 공천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경선 없이 후보자를 교통정리하면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상득 의원 정책특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쉽게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이창환기자

◆안동시장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안동 김씨와 안동 권씨 간의 문중 대결 양상에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과 재기를 노리고 있는 전직 3선 국회의원 간에 신경전이 표면화될 가능성까지 있어 공천 향배를 가늠하기 쉽지 않은 지역이다.

안동은 안동 김씨와 안동 권씨가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다. 선거 때마다 문중 표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지역 정계의 요직인 국회의원과 안동시장 두 자리를 한 문중이 독점하기는 쉽지 않다. 김광림 의원과 김휘동 시장 모두 안동 김씨다. 김 시장과 내년 공천을 두고 각축을 벌이는 권영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안동 권씨다. 한때는 김 의원이 자신의 재선을 위해서라도 종친인 김 시장에게 공천을 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 때문에 권 부시장이 공천 국면에서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았다. 실제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공천은 권 부시장이 받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권 부시장은 김 시장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지역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핸디캡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여기에다 권오을 전 의원의 행보도 주목된다. 3선의 권 전 의원은 재기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고, 최근 정치 행보를 재개해 김 의원을 긴장시키고 있다.

김 의원이 권 부시장을 선택할 경우 권 전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할 김 시장을 도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안동은 '권오을-김휘동'으로 대표되는 올드보이와 '김광림-권영세'의 신진 세력 간에 한판 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구도가 현실화될 경우 지역 분열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김 의원이 김 시장에게 공천을 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물론 들린다.

김 시장은 3선을 위해 분주한 발걸음을 하고 있다. 도청 이전과 탈 및 탈춤을 통한 국제도시 도약 등을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김 시장은 "내년 선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지금까지 구상하고 있고, 앞으로 추진할 사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 부시장은 주말과 휴일마다 안동을 방문해 얼굴 알리기와 조직 구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12월 초에 현직을 사퇴할 계획이다. 출마가 예상되는 공직자 중 사퇴 시점이 가장 빠르다. 그는 "출마 결심이 확고한 상태에서 사퇴를 미룰 이유가 없다"며 "30년 동안 공직 생활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 발전을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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