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IT융합 신기술 첨병 역할"…김흥남 ETRI 원장

"대구경북이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성장 동력인 의료·IT 융합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발벗고 나서겠습니다."

김흥남(53)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이 25일 대구 영남대의료원을 찾았다. 대구시, 경북도, 영남대, 영남대의료원과 '대구경북 U-헬스 기반 공공의료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 업무협약(MOU)을 맺기 위해서다.

김 원장은 이 자리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IT 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ETRI가 지역 의료·IT 신기술 개발 첨병 역할을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달 20일 신임 원장으로 취임한 김 원장은 "오랜만에 찾은 고향이 많이 변했지만 따스함은 여전하다. 앞으로 고향의 장밋빛 미래를 위해 함께 동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북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ETRI는 지역 의료·IT융합 분야 첨병 역할을 하기 위해 영남대에 'ETRI-영남대 Open R&D 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연구개발해 산업화할 기술은 흥미로운 것이 많다.

ETRI가 소개한 첨단 의료·IT 신기술 중 두 가지는 이야기만 들어도 귀가 솔깃하다.

우선, ETRI가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유방암 영상진단시스템은 전자파를 이용해 간편하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파수 500㎒에서 3㎓까지의 전자파를 검사 부위에 쏴서 횡단면의 영상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슴을 짓누르며 검사하는 기존 유방암 진단기보다 여성들의 거부감이 없다는 것.

김 원장은 "기존 X선·CT·MRI 촬영에 사용하는 방사선이나 강한 자기장에 노출될 염려가 없어 안전하다"며 "특히 더욱 정확한 판독이 가능해 작은 크기의 종양까지 진단할 수 있으며 가격도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많은 병원에서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ETRI가 최근 개발한 또 하나의 신기술은 어린이의 손을 통한 성장판 분석 시스템이다. 손의 X선 영상에 나타난 성장판 분석으로 골 성숙도를 측정해 성인 신장을 예측하고, 성장 치료를 편리하도록 해주는 '어린이 성장 예측 소프트웨어'다.

김 원장은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어린이 성장예측 시스템'은 정확도가 낮은 초음파 영상을 사용하거나, X선 영상은 대부분 수입품"이라며 "게다가 13개 성장판을 일일이 찾아내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의사의 판독 결과가 매번 달라지는 한계를 극복했다"고 했다. 이 기술도 현재 국내 병원 및 한의원 등에서 사용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ETRI가 대구경북과 의료·IT 융합산업 분야 R&D 협력체계를 구축한 것은 대구경북의료단지 지정은 물론 지역의 의료 및 IT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매력 포인트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지역 의료·IT 융합산업의 기술개발 첨병으로 ETRI가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습니다."

ETRI는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 IT 연구개발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IT 강국 코리아'를 만든 산파였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에서 CDMA, 와이브로, 지상파 DMB 등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 개발로 글로벌 IT분야 전문연구기관으로 인정받았다. 한해 6천500억원의 돈을 쓰면서 2천여명의 연구원이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ETRI. 30년 경제적 파급 효과가 104조5천억원에 이를 정도다.

이런 ETRI가 앞으로는 전략산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인 의료산업에 맞추고 있다고 김 원장은 말했다. ETRI 내 4개 연구부문 가운데 융합기술연구부문에 힘을 싣고 있는 것. 특히 2011년 대구테크노폴리스 부지 내 6만6천㎡(2만평) 규모로 완공되는 ETRI 대경권연구센터의 핵심도 의료·IT 융합산업으로 정했다.

김 원장은 "대구경북이 강점인 의료와 자동차 산업에 IT를 접목한 의료IT, 자동차IT 산업이 미래의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대경권연구센터에서는 이 분야를 특화해 선도 기술을 개발해 지역 산업계에 기술 이전 등 연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계는 지금 경제위기 탈출과 강자독식의 패권싸움이 불붙고 있어요. 이를 위해 IT 기술개발을 통한 국가경쟁력 창출에 올인하고 있지요. 앞으로 ETRI는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국가 어젠다인 그린IT와 의료·자동차 등 IT융합 신성장 동력 창출에 매진해 새로운 국부 창출의 주체로 성장할 생각입니다." 김 원장은 그 선두에 고향인 대구경북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25일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김흥남 ETRI 원장은 지역의 의료·IT 융합산업의 발전을 위해 ETRI가 첨병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김흥남 ETRI 원장=경북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전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시스템공학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 뒤 1998년 ETRI에 입사해 그동안 혁신위원회 위원장,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연구단 단장, 기획본부장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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