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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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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고대 민족처럼 마야인들도 인류의 멸망을 믿었다. 그들은 우주달력을 사용하면서 약 5천 년을 주기로 인류 문명이 순환한다고 예언했다. 그들의 기원전 3114년 8월 12일 달력에 따르면 2012년 12월 21일에 지구가 멸망하며 그 이후는 날짜가 없다고 한다.

2012년 멸망설은 여러 곳에 나온다. 1999년 멸망설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잘못 해석한 것이며 실제로는 2012년이라는 주장도 있다. 주역(周易)의 64괘에 따라 점을 쳐 그래프로 나타내면 2012년을 끝으로 0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또 미국 증권회사가 만든 주식 예측 프로그램인 웹봇은 2012년 이후 아무런 예측도 하지 않고, 미 항공우주국도 이때 태양폭풍이 지구를 강타할 것으로 예측했다는 말까지 덧붙여져 지구 멸망설은 그럴듯하게 포장됐다.

요즘 극장가에는 이를 주제로 한 '2012'가 상영 중이다. 독일 출신인 롤란트 에머리히 작으로 그는 '인디펜던스 데이'나 '고질라' 등 대형 재난 영화로 재미를 봤던 감독이다. 말이 대작이지 컴퓨터 그래픽(CG)을 이용한 현란한 눈속임이다. 수천억 원대의 제작비 대부분도 CG 비용에 들어간다.

지난 영화들처럼 '2012'도 줄거리보다는 최첨단 CG가 볼거리다. 멸망이 주는 의미나 그에 대한 반성보다는 흥미 끌기로 일관하는 것이다. 사실 재난 영화는 줄거리가 중요하지 않다. 적당한 영웅주의와 감성에 호소해 눈물샘을 자극하는 몇몇 장면, 그리고 주인공이 아슬아슬하게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장면을 버무리면 충분하다. 여기에다 날로 발전하는 최첨단 CG 기술을 치장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류의 재난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섬뜩함이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 '모든 세기'를 역해(譯解)한 고도 벤은 '히틀러의 광기가 전 유럽을 전쟁터로 만들고 있을 때, 그로부터 400년 전인 16세기 프랑스 한 도시. 호롱불이 깜박이는 골방에서 미래 인류에게 경고하기 위해 이 미치광이의 이름을 알아내려고 고뇌하는 예언자가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섬뜩한 일인가'라고 적고 있다.

5천 년 전, 2012년 12월 21일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기록한 마야인들. 그들은 이를 줄거리로 영화가 만들어지고, 멸망 대상인 수천만 명의 인간이 좁은 극장에서 희희낙락하는 오늘의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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