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興)자를 새긴 기와 한 장을 따라 서기 544년 신라시대로 가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국립 경주박물관(관장 이영훈)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진행한 경주공업고등학교 배수시설 설치부지에 대한 발굴조사 과정에서 신라시대 및 통일신라시대 대형 건물 기둥의 아랫 부분과 배수로 등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興'자를 새긴 기와가 나옴으로써 이곳이 추측만 난무하던 흥륜사(興輪寺) 터일 가능성이 짙어졌다.
이곳에서는 '흥(興)'자와 '사(寺)'자를 새긴 기와와 함께 인화문토기(印花文土器) 등 6세기에서 9세기에 해당하는 유물들도 상당수 출토됐다.
삼국유사는 '법흥왕 14년(527년)에 터를 잡았고, 21년에 숲의 나무를 베어 서까래와 들보로 쓰면서 짓기 시작, 544년(진흥왕 5년)에 흥륜사를 완성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삼국유사는 또 '법흥왕이 면류관을 버리고(왕위를 버리고) 절의 주지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신라의 정치와 불교의 관계를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록은 또 '법흥왕에 이어 왕위에 오른 진흥왕은 이 절에 라는 이름을 내렸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를 통해 불교를 받아들이고 중흥시킨 두 왕의 불교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추측해볼 수 있다.
특이하게도 흥륜사에는 불상 외에 원효, 의상 등 유명한 고승 10인의 소조상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앞으로 발굴 과정에서 소조상이 출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려 때 몽고 침입으로 소실된 흥륜사의 위치는 그동안 추측만 무성했다. 경주공업고등학교가 위치한 지역도 흥륜사로 추정되는 되던 지역 중 한 곳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측은 이번 조사 결과로 이 곳이 흥륜사터일 가능성이 훨씬 커지게 된 만큼 발굴 성과를 알리기 위한 작은 전시-'新발굴성과-신라 최초의 사찰, 흥륜사'를 27일까지 개최하기로 했다.
'興'자를 새긴 기와와 '寺'자가 새겨진 기와 등, 주요 명문기와를 비롯해서 청동제 짐승얼굴무늬 문고리, 인화문토기, 연화문 수막새, 사자무늬 수막새, 당초문 암막새 등 22점의 유물과 중요 유구 사진 등이 함께 전시된다.
국립경주박물관 측은 '앞으로도 발굴 현장의 생생한 숨결을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작은 전시를 계속 기획하겠다'고 밝혔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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