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무리 추운 날씨라지만 30여년 전 시골에서 10리 길을 걸어 학교 다니던 때를 생각하면 춥다고 말할 수는 없지요. 세상살기가 편해졌는데, 춥고 배고픈 사람들은 더 늘어난 것 같아요. 부모님 모두 고인이 되셨지만 한겨울에 나무하러 다니시던 아버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그래서 양로원에 오면 느끼는 것이 더욱 많아요. 마치 부모님을 뵙는 듯하거든요."
대구시 중구 대봉동에서 유리 가게를 운영하면서 매월 셋째 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아들 진호(경북대 사범대 부설중 2학년)군과 함께 양로원,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아 유리창 및 방충망 교체 봉사을 해주고 있는 김정일(진성유리 대표·40세)씨.
무뚝뚝한 외모답지 않게 반갑게 맞이해주는 그의 모습에서, 지난 10여년간 지역 양로원과 장애인 복지관을 찾아 꾸준히 봉사 활동을 베풀어 온 흔적이 느껴진다.
어른들 계시는 양로원에서는 깨진 유리창을 갈고 문틈을 막아 주는 것이 큰일은 아니지만 기술을 살려 그렇게나마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가끔씩 주위 자원봉사자들과 양로원 어르신들에게 직접 만든 국수로 점심 대접을 할 때면 3년 전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더욱 난단다.
자신의 조그만 보살핌으로 불우시설 어르신들이 조금이나마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어 즐겁고,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봉사활동을 따라다닌 아들이 아버지를 이해해주고 큰 말썽 없이 자라 주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란다.
1997년 우연히 봉사단에 가입하면서 시작한 봉사 활동이 지금에 이르게 되었지만 자신보다 더 많은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다른 모범 봉사자에 비하면 왠지 쑥스럽기만 하다는 그의 말에서 정다움을 느낀다. 추위가 절정에 이르는 연말 연시에 조금이나마 내 이웃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나눔의 따뜻한 손길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 배효도 시민기자 amysg@hanmail.net
도움: 한상갑기자 arira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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