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평양 체류 중에 특사는 북한 외무성 강석주 제1부상, 미국담당 김계관 부상 등과 세 차례의 대화를 가졌다. 대화의 주요의제는 6자회담 재개, 9'19 공동성명 이행, 평화협정 체결, 우라늄 농축, 포괄적 해결방안, 후속대화 문제 등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6자회담의 신속한 재개와 9'19 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을 강조하였고, 북한은 6자회담 복귀의 장애물이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임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먼저 미국과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비핵화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개진하였고, 미국은 비핵화가 추동력을 가지면 자연히 평화협정 논의도 시작할 수 있으며, 평화협정 논의는 6자가 아닌 4자(남북한과 미국, 중국)가 해야함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고,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폐기되면 자연히 해결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상호관심사에 대해 포괄적 접근을 통한 일괄 해결방안을 설명하였고, 북한은 이에 긍정적인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은 양측의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 후속 대화를 강조하였고, 미국은 접촉창구로서 뉴욕 채널의 활용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보즈워스 특사와 강석주 제1부상과의 대화에서 북미 양측은 "6자회담의 필요성과 역할, 9'19 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공통의 이해에 도달하였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실무적이고 솔직한 논의를 통해 쌍방이 상호 이해를 깊이했으며 서로의 견해차를 좁히고 공통점도 적지 않게 찾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북미대화는 북핵대화를 시작하는 의미에서 '긍정적 진전' 또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의 추가접촉, 후속대화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핵화에 대한 근본적 태도 변화보다 북미 양자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시키려는 대화전술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6자회담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가 6자회담 복귀의 장애물이라는 지적을 눈여겨봐야 한다. 한'미'일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만으로 제재완화는 불가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 대북제재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북제재 완화가 비핵화의 조건이든 6자회담 복귀의 조건이든 6자회담 재개가 계속 지연된다면 북미 양자대화를 지속시키려는 북한의 대화전술에 말려들 수도 있다. 한'미'일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투 트랙(Two-track) 접근방법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제재를 통한 대북압박보다 협력을 통한 대북설득에 무게중심을 두는 듯하다. 5자간(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대북제재의 결속유지가 점점 와해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6자회담의 정신은 참가국들 간의 상호존중과 평등이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은 최우선적으로 6자회담 정신을 재확인할 것이다. 이행계획서인 2'13 합의는 '동시행동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5자가 북한에 기존 불능화단계로의 복구를 요구하면 북한 또한 동시행동의 원칙에 의해 5자에게 상응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9'19 공동성명은 한반도의 비핵화, 6자 당사국 간의 관계정상화, 경제 및 에너지 지원, 평화체제 등의 문제들을 명기하고 있다. 향후 양자회담, 4자회담, 6자회담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북미 양자회담의 결과를 4자회담 또는 6자회담에서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5개국은 6자회담 틀 내에서의 양자회담을 선호한다. 4자회담은 더욱 복잡하다. 구성에 있어 일본과 러시아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불평의 소리가 높다. 기타 한국전쟁 참전국들도 암묵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듯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은 복잡하다. 특히 북핵진전 상황과 관계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하다. 종전선언을 언제 해야 하는지, 평화협정의 서명 당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평화협정은 법'제도적 내용이 명기되어야 하기 때문에 NLL과 주한미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복잡하다.
한반도 문제는 복잡하다. 문제해결에 있어 노력과 인내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국전쟁의 경험은 제재와 압박보다 대화와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을 요구한다. 통독의 과정은 교류협력을 통한 평화공존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으로 북핵대화는 시작되었다. 이제부터 대화의 촉진자로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미 공조, 한'중 조율, 남북 소통이 촉진자로서 한국의 역할을 이끌 수 있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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