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폐막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는 130여 나라 정상들이 참여한 그 규모면에서나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세계의 환경운동가들 수만명이 매일 회의장 밖에서 벌인 환경 관련 시위만으로도 지구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말만 하지 말고 지금 행동하라' '부자 나라는 기후 변화의 빚을 갚아라' 등의 시위 구호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행동하는 양심,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의 마지막 희망 메시지, 그 절규만 같았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가 높은 굴뚝을 쳐다보며 우려했던, 인간 스스로 자초한 지구의 재난, 곧 인류의 멸망을 예언하는 여러 징후들은 남극 대륙의 빙하가 녹으면서 생기는 해수면의 상승 수치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무 심는 시기가 많이 앞당겨졌다든가 강원도 영서지방에서는 그 식재가 쉽지 않던, 주렁주렁 열매를 단 감나무들을 보면서 어찌 기후 변화를 실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구 온난화에 대비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은 현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벌이고 있는 갖가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각종 녹색성장 사업이야말로 지구 살리기는 물론 그것이 곧바로 우리 모두의 건강과 복지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녹색은 색채 구분으로 볼 때 안전'진행'구급'구호 등을 뜻하는 안전색채로 통한다. 더 넓게 우리는 살아 있는 자연만을 녹색으로 표현한다. 이것은 녹색이 곧 생명이며 그 구원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 녹색이, 생명의 원천인 자연이 죽어가고 있는 현장을 본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녹지의 걷잡을 수 없는 도시화는 물론 골프장 등 산림의 난개발로 수십년 된 나무가 잘려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구호가 왜 그리도 허황된 말로 들리는지. 자동차 한 대가 한 달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1년에 800그루 이상의 잣나무를 심어야 한다니 오랜 세월을 우리와 함께 산 나무들의 그 주검이 어찌 예사로 보이겠는가.
온실가스 배출 그 공해를 줄이기 위한 답은 처음부터 있었다. 나무가, 숲이, 자연이 그 그을음을 정화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여 이룬 저 숲이 바로 녹색 생명, 산소 탱크라는 사실.
모든 나무는 인간이 해치지 않는 한 인간보다 몇 배 더 긴 시간을 이 지구에 머물면서 묵묵히 지구를 정화할 것이다. 마을의 한 그루 정자나무는 수백년 동안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됐음은 물론 그 마을 사람들의 삶을 정화하는 신목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수백년 나이의 고목들이 터널을 이룬 파리 등 유럽 여러 도시의 가로수 거리를 생각한다. 청주의 관문인 플라타너스 터널길을 지나면서 그 가로수를 지켜낸 이들의 위대한 승리를 생각한다. 무더운 도시로 알려져 있던 대구가 푸른 도시 가꾸기로 온도를 낮춘, 담 없는 건물들과 하나가 된 근린공원이며 가로수길 등 도시의 그 숲을 걸으며 놀라고 놀란다. 경주의 보문단지 가로수길을 차로 달리면서 새삼스레 고도의 자연을 예찬한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길, 벚나무 아치로 도심 속의 숲을 가진 진해'하동 등 가로수 터널을 가진 도시들을 지날 때마다 그 속에 사는 시민들이 달리 보였다.
그러나 이 겨울 터널은커녕 가지들이 모두 뭉툭 잘려나간 채 그 나무줄기만 앙상한 고목 가로수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녹색 성장에 역행하는 검은 그을음 살리기를 저지르고 있는 여러 도시의 가로수 관리를 고발한다. 고목 한 그루가 전봇대 수십만개보다 몇 배 더 효용가치가 크다는 것을 그들은 정말 모르는 것인가. 나무들이 그 수난 속에서도 저처럼 거대한 고목이 될 때까지 전깃줄을 땅 속에 묻을 생각도 못한 관리들의 그 무능을 나무의 이름으로 성토한다.
지구 기후 변화의 주범, 온실가스 배출 피해를 줄이는 가장 가까운 길, 산과 물이 도심으로 들어와 하나가 되는, 도시의 숲, 가로수 터널로 녹색도시를 디자인하자.
전상국 소설가'김유정문학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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